법원 “사무장병원 수익 20%만 가져간 법인에 환수금액 25% 감액 처분은 위법”

- 환수 처분 사유는 인정하되 25% 줄인 환수금액도 책임에 비해 지나치다 판결

비의료인과 동업 계약을 체결하고, 건강검진실을 운영한 사무장 병원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검진비용 전액이 아닌 25%가 감액된 환수 처분을 내렸으나 법원이 지나치게 과한 책임을 묻는다고 취소를 명령했다. 환수 처분 사유는 인정하지만 25%를 줄인 환수 금액도 책임에 비해선 지나치게 커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 1부는 A의료법인에 “26억여원 부당이득 징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의료법인 산하의 B병원은 건강검진 실시기관 지정 병원으로 종합건강검진실을 운영해왔다. 공단은 A의료법인에게 지난 2014년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 C씨에게 건강검진실을 개설하고 운영하게 한 뒤, 의료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것처럼 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2010년 6월 ~ 2014년 7월까지의 건강검진 비용 36억여원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했다.

A법인은 이에 대해 “건강검진비용 전액을 환수하는 것은 위법”을 주장하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으나 1·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른바 ‘사무장병원’ 개설 명의인에 대한 일률적인 요양급여비용 전액 환수는 재랑권 일탈·남용”이라고 판결하며 상황이 뒤집어 졌다.

당시 대법원은 “요양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 내용과 요양급여비용의 액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과정에서 개설명의인의 역할과 불법성 정도, 의료기관 운영 성과의 귀속 여부와 개설명의인이 얻은 이익의 정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려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 것으로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판결했다.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A법인이 C씨와 건강검진실 운영을 위한 동업약정을 체결하고 운영수익을 2(A법인) 대 8(C씨)로 나눠 가졌다고 봐야 한다. 환수처분 사유는 인정되나 건강검진비용 전액 환수는 비례의 원칙에 위반돼 위법하다”며 환수처분을 취소했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문제는 그 이후에 생겼다. 대법원 판결 이후 공단은 2021년 1월 ‘불법개설요양기관 환수결정액감액·조정 업무처리지침’을 만들어 사무장 병원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환수금액을 40%까지 감액·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공단은 ‘A법인이 비의료인 C씨에게 건강검진실을 위탁·운영하게 했다’는 이유로 2021년 3월 다시 35억 여원의 건강검진 비용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했고, 보건급여심의위원회를 거쳐 A법인에 25%가 감액된 26억여원을 환수하겠다고 확정했다.

이에 A법인은 다시 한 번 불복해 “저분사유가 인정되지 않거나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위법하다. 취소해야 한다”고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A법인은 “건강검진실에는 면허자격을 갖춘 의료인에 의해 적법한 건강검진이 이뤄졌기에 건강검진비용 전액이 부당하게 얻었다고 평가할 수 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병원 개설·운영을 모두 비의료인이 주도해 보험급여비용을 지급받는 전형적인 사무장 병원 방식의 의도는 없었을 뿐만 아니라 매출액의 20%만 귀속되어 실제 취득한 순이익은 적었는데도 건강검진비용 25% 감액에 그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처분 사유는 인정되지만 감액·조정된 환수금액이 지나치게 과도해 비례의원칙에 반하므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의 소지가 있어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우선 "A법인에 지급된 건강검진비용은 비의료인이 의료인과 동업으로 개설한 요양기관에 지급된 보험급여비용으로 부당이득 징수처분 대상이 된다"며 "처분사유는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2020년 대법원 판결 등을 근거로 "A법인이 받은 건강검진비용 총액 중 25%만을 감액한 공단의 처분은 업무처리지침에 근거한 것이긴 하나, 의무 위반 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해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단의 처분은 사무장 병원이 취득한 ’부당이득‘을 환수하는데 본질이 있는 반면, 공단이 마련한 업무처리지침은 사무장 병원의 불법에 대한 ’제재‘에 초점을 맞춰 부당이득에 관한 요소 중 가장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할 ’요양급여내용(불법·부당청구 등 여부)‘의 감액비율 한도를 2%로 제한했을 뿐만 아니라, 대법원 판결이 제시한 ’개설명의인이 얻은 이익의 정도‘는 별도의 독립적인 요소로 고려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공단의 업무처리지침은 대법원 판결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당 이득 환수'라는 본질에도 맞지 않아 객관적인 합리성을 결여했다는 게 재판부의 지적이다.

특히 "사무장 병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미 지급된 보험급여비용을 전액 환수하게 될 경우, 어차피 가입자 등이 정상적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더라도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급됐어야 할 보험급여비용이라는 측면을 감안하면 국가가 사실상 초과 이득을 얻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공단이 감액·조정에 관한 재량권을 행사할 때 사무장 병원이 지급받은 보험급여비용에서 가입자 등을 진료·검진함에 따라 지출하게 된 인적·물적비용 등 제반 비용을 공제해 취득한 ’순이익‘도 아울러 고려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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