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동맥박리 진단 못한 1년차 전공의에 징역형 내린 법원, 의료계 맹비판 이어져
- “전문의 자격 위해 수련하는 피교육자인 전공의에도 완전 무결한 진단, 처치 요구” 유감
- “결국 의사들이 인명을 다루는 과를 기피하고 방어진료 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
전공의 시절 응급실에 방문한 환자의 대동맥박리 진단을 놓쳤다며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법원에 의료계의 반발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가혹한 법원의 판결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고 방어진료를 하게 되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21일 성명을 통해 이번 법원의 선고가 전공의의 역할과 의료행위 두가지 모두 전혀 이해하지 못한 판결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법원이 이제 막 전문의 수련을 시작한 전공의에게도 완전 무결하고 완벽한 진단과 처치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대개협은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해 수련하는 피교육자 신분의 근로자다. 당사자는 1년차 전공의로 해당 수련 과정을 시작한지 1년이 채 안 됐었다”며 “가장 기초적인 진단과 술기를 숙지하고 진료와 치료도 막 시작했다. 의사로서 경험 부족과 미숙을 피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의사들은 진료 중 사소한 실수라도 ‘업무상 과실’로 쉽게 형사 처벌되고 자격도 박탈당하고 있다”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대한민국 의사들은 일본 의사에 비해 265배, 영국 의사에 비해 895배 더 높은 기소 위험에 노풀되어 있다”며 “법원이 의료특수성에 대해 몰이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사법부의 이런 엄벌주의 형태는 필수진료과의 붕괴로 이어지고, 고스란히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2017년 있었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환아 사망사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개협은 “의사의 사소한 시술까지 죄를 따져물으면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응어리가 해소된다고 느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결국 의사가 인명을 다루는 과를 기피하고 방어진료를 하는 결과로 이어져 사회적 비용과 국민 피해만 커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미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결국 소아청소년과 지원 기피로 이어졌고, 수년이 지난 지금 어떤 문제로 비화했는지 우리는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문제가 갈수록 극심해지는 상황 속에서 의사를 강력히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법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대개협은 “처벌을 앞세워 억누르기만 하면 의료계 문제는 더 악화된다. 의료분쟁 중재와 배상보험 체계를 강화하고 의료사고 처리특례법, 정당한 진료에 대한 형사 면책이 필요하다”며 “햇살처럼 따스하고 부드러운 정책으로 필수의료 붕괴를 막는 최선의 진료가 가능한 의료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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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