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의대증원 무조건 반대는 한계 있어... 공공의료로 제한해야”

- 국회에 의대 정원 확대 전제 ‘의대 신설안’만 14건 발의중
- 높아지는 의대 정원 확대 요구에 ‘공공의사면허제’ 대안으로 제시
- 바른의료연구소 조병욱 연구위원 “현 국립의대에 정원 외 별도 트랙 만들자”

정부와 정치권 등 의과대학 정원 확대 요구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지금처럼 의료계도 무조건적으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대 정원 확대를 사실상 피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 여파를 최소화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료 인력 확충 방안에 관련한 논의를 진행중에 있고, 국회에는 정원 확대를 전제로 한 ‘의대 신설법’만 총 14건 발의돼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들도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의료계는 점점 더 구석으로 몰리고 있고, 이를 대비해 대안을 마련하고 정부와 정치권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의료계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차기 대학의학회장인 연세의대 이진우 교수는 지난 6월 의학회 학술대회 기조강연 자리에서 “의료계는 PA도 안 된다. 의사 증원도 안 된다. 그런데 모든 일은 의사가 다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런 논리 때문에 의료계가 사면초가에 몰리는 것이다. 이래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의사 증원이 불가피하다면 ‘공공의사면허제’를 도입해 근무 분야를 공공의료 분야로 제한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바른의료연구소 조병욱 연구위원은 공공의료기관 등 공공의료 분야에서만 근무하는 ‘공무원 의사’를 배출하는 별도 체계의 공공의사면허제 도입을 제안했다.

공무원 의사 양성 필요성은 국회에서도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표한 ‘2023 국정감사 이슈분석’에서 공공의대를 공무원 의사 양성에 활용, 의료취약지와 공공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조 연구위원은 기존 발의된 법안대로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10년간 공공의료 분야에서 근무하는 의사를 양성해서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의무 복무 기간이 지나면 민간의료 분야로 유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의사수를 늘려야 한다면 영국처럼 NHS(National Health Service) 소속 의사와 개인 의사(private doctor)가 따로 있는 것처럼 우리도 공공병원에서만 근무하는 공무원 의사를 늘리자는 것”이라며 “10년간 공공병원에 근무하는 것으로 제한해서는 10년 뒤부터 민간의료 분야로 공급되는 의사가 늘기 시작해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공공의대 설립도 탄력적인 정원 조정이 어려워 반대했다. 조 연구의원은 “만일 공공의대를 설립하게 되면 후에 의사 수가 너무 많이 늘었을 때 줄이는 조정이 어려울 수 있다. 국립의대에 정원 외 인원을 배정해 별도 트랙으로 양성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공공의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조 연구위원은 “의대 정원을 늘리자는 여론이 거센데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막기 어렵다. 의료체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의료 인력이 부족한 공공의료 분야로 한정해 늘리는 방안을 가지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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