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의료 전공의에 월 100만 원 지급? 후에 의료소송으로 10억 낸다”

- 복지부, 22일 야간 및 휴일 보상 강화, 수련보조수당 지급 등 후속대책 발표
- 핵심을 또 다시 외면한 채 근시안적 대책만 수립... “조삼모사 정책”
- “고작 매달 100만 원에 미래 거는 의사? 없을 것”

소아청소년과 폐과선언 등 소청과 의원들의 붕괴가 현실화되는 상황 속에서 이를 되살리기 위한 정부의 ‘소아의료 개선대책’이 지난 2월 마련됐지만 의료현장과는 큰 괴리가 있는 정책이라며 전문가, 여론 등으로부터 뭇매를 맞은 가운데 최근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한 후속 대책이 발표돼 의료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소아의료 공백을 현실적인 방법으로 방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정부가 근본적인 맥을 잡지 못하고 비판하며 곧 현실화될 소청과 진료 인력 부족 현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보건복지부가 ‘부모와 아이 모두 안심할 수 있는 소아의료체계 개선’을 목표로 제 2차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전격 발표했다. 앞서 지난 2월 발표했던 1차 소아의료 개선대책은 구체적인 수가 지원 재정 규모와 조달 방법, 전공의 인력 유입과 지방으로의 인력분배에 대한 정책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소청과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특히 해당 개선책 발표 이후에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3월 폐과를 선언했고, 노키즈존으로 탈출 후 일반진료로의 전환을 위한 학술대회를 실시하는 등 소아의료 현장은 이미 아수라장이 된 지 오래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1년차 전공의 중 3명이 이미 수련을 중도에 포기했고, 지난 7월 27일 마감된 하반기 상급년차 전공의 모집에는 집에서 빅5 병원을 포함한 주요 대학병원 모두 2~4년차 소청과 전공의 자원자가 단 1명도 없었다.

이같은 상황에 임현택 소청과회장은 보건복지부의 박민수 제2차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기자화견을 열었고, 정부가 미흡함을 인정하듯 제2차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이번 개선대책의 주요 내용으로는 공공전문센터에 대한 예산지원 확대, 소아입원진료 보상 확대, 야간·휴일 소아진료 보상 강화 및 전공의에 월 100만 원 수련보조수당 지급,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방안 검토 등이 있다.

이번 복지부의 발표에 대한의사협회는 즉시 ‘환영’의 입장을 밝히며 정부가 소아진료의 개선에 대한 의지가 있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지만 일선 소아과의사들은 이번 개선대책 역시 아동병원과 대학병원에 유리한 정책이라는 점,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없다는 점 등을 문제삼고 있다.

특히 소청과 진료 인력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월 100만 원의 수련보조수당 지급은 터무니 없이 낮고, 의료계가 우려하고 있는 의료사고에 대한 대책 마련도 ’검토‘ 수준에 그치고 있어 전공의들이 소청과를 선택할 유인이 되지는 못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임현택 소아과의사회장은 “차관 경질을 요구하는 등 반발하니까 급하게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이는데 의료계가 진정으로 요구한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소아 의료 붕괴를 넋 놓고 지켜만 보겠다는 태도”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이정도 대책으로는 소아과 전공의들을 설득하기는커녕 기존의 전문의들 마저 소아과 탈출에 대한 마음을 더욱 굳힐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정책에 즉각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소아과 의사들이 큰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은 미약한 대책에 대한 우려도 분명 있지만 소청과에 대한 보상 재원이 결국에는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는‘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이유가 있다.

현 정부는 공공기관들의 재정 건전화 기조 속에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를 위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제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을 통해 종별 가산을 이미 폐지했고, 영상 및 검체 검사 수가를 인하해 확보한 재정을 필수의료인 수술 및 소아과 보상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의료계가 우려한 대로 재정 순증없는 필수의료 강화 대책이 진행된다는 뜻이다.

임 회장은 “그 외에도 정부는 우리나라 의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내과의 진료체계도 붕괴시킬 수 있는 검체수탁법, 위암 등의 내시경적점막전제술 수가, 내시경 재료대의 폭압적 강제 삭감 시도에 이어 급성 심근경색증의 심장 관상동맥스텐트 재료대 또한 보건복지부가 대폭 삭감할 예정이라고 한다”며 “이렇게 삭감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소청과 등 필수의료 대책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재료대나 검사료를 깎으려면 의사가 시술하는 행위에 대한 댓가는 제대로 쳐주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런 정상화 노력없이 무족건적인 재료대와 검사료 삭감은 사람을 살리는 의료를 철저히 무너트리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며 “복지부는 그나마 의사들의 무한한 희생속에 기형적으로 겨우 돌아가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를 더 이상 망치는 짓을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 100만 원의 수련보조수당을 지급받게 될 전공의들과 향후 전공의가 될 의대생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소청과를 고민하다 결국 타과를 선택한 A 전공의는 익명을 요구하며 "전공의 때 매달 100만 원 더 받고 나중에 10억짜리 의료소송에 걸리면 그게 수지타산이 맞는 것이냐"며 "향후 내 인생을 결정지을 전공을 선택하는 데 당장 100만 원을 더 주는 게 얼마나 큰 메리트가 있을지 우습다"고 비판했다.

해당 전공의는 "의사들이 전공을 선택하는 데 있어 수입도 분명 중요한 요소다. 문제는 당장 돈 몇 푼을 더 받는다고 해서 미래에 수입이 보장되는 게 아닌데 전공의에게 100만 원을 더 준다는 정책은 전형적인 조삼모사 정책으로 의사를 바보로 아는 게 아닌가 싶다"고 강하게 비꼬았다.

실제로 의대생 SNS에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게 월 100만 원 수당 지급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학병원 임상조교수 B씨는 "젊은 의사들이 최근 중요시 생각하는 것은 수입이 전부가 아니다. 일과 삶의 균형도 몹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래서 환자를 최대한 대면하지 않는 과목을 선택하거나 당직이 없는 전공을 선택하려는 의사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소아의 경우 야간과 주말 당직에 대한 부담도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젊은 의사들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씨는 "현재 소청과는 수년째 전공의 충원이 너무 안 돼 업무 강도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에 젊은 의사들이 내년에 소청과로 전공을 선택할 경우, 당직 등 본인의 업무 강도가 너무 강할 것을 우려해 소청과 선택을 포기하게 되는 악순환이 이미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청과는 이미 개원의부터 폐과를 선언하며 피부와 미용 등 타과 수련을 받고 있고, 보호주와 관련한 각종 민원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도 많이 전해지면서 단순한 지원책으로 젊은 의사의 마음을 돌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관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