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양보했는데, 올해에도 전공의 0명 배정 받은 상계백 “헌신짝처럼 버려져”

- 인제대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수도권-비수도권 전공의 조정으로 전공의 정원 1명 사라져
- 이비인후과학회 자동복원정책으로 지난해 전공의 양보했으나 올해도 0명 배정
- “정부의 즉흥적인 조치가 초래할 의료 위험, 국민이 감내해야할 것”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으로 인해 일부 전문과목에 대해 내년도 전공의를 아예 뽑지 못하게 된 병원들이 등장하며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이들 중 하나인 인제대 생계백병원 이비인후과는 지난해 다른 병원들을 위해 전공의 자리를 양보했으나 올해는 정부 정책으로 2년 연속 0명을 배정받아 충격에 빠졌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비수도권에 배정되고 있는 전공의의 정원을 기존 40%에서 45%로 높이라는 보건복지부의 요구사항을 따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복지부 측에 전달했다. 이에 복지부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서 조정안을 마련해 임의로 상계백병원, 의정부성모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보훈병원, 원자력의학원, 강동성심병원, 부산성보병원이 정원 감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들 7곳 모두 이비인후과 전공의 정원이 당초 1명이었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인해 당장 2024년도 모집에서 전공의를 뽑지 못한다.

상계백병원 최정환 이비인후과장은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수련환경이나 지역 상황 같은 것은 ‘깡끄리 무시한’ 정책으로 인해 또 따른 의료 공백에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2023년에도 상계백병원은 전공의 정원을 배정받지 못했다. 상계백병원이 모집을 하지 않거나 자격이 미달해 정원을 배정받지 못한 것이 아닌 이비인후과학회가 시행하고 있는 전공의 배정 자동복원정책을 위해서였다. 이비인후과 수련교육의 명맥이 끊기지 않도록 전년도에 정원을 배정받지 못한 수련병원에 다른 수련병원이 정원을 양보하는 정책이다.

상계백병원은 당시에도, 지금도 이비인후과학회 차원에서 실시하는 수련교육실태조사 점수 상 신규 전공의 1명을 배정받을 수 있는 ‘1군’ 수련병원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2022년도에 전공의를 배정받지 못한 수련병원을 위해 상계백병원에 주어졌던 20203년도 전공의 정원을 ‘양보’해야만 했다. 이에 상계백병원은 1학년 이비인후과 전공의 없이 2~4년차만 1명씩 수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해당 정책으로 인해 올해에는 무조건 2024학년도 전공의 배정을 돌려받는 차례였으나 이번 정부의 정책으로 그 보장된 정원이 무산됐다.

최 교수는 “자동복원정책은 현재 수련을 받고 있는 전공의의 정상적인 수련 환경을 유지하고 외래, 수술, 응급실과 같은 모든 임상진료에서의 과도한 업무 배정 없이 수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 절차”라며 “지난 몇 년간 이비인후과 각 군별 병원은 이와 같은 자동복원정책에 따라 정상적인 수련 환경을 지켜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3학년도 배정에 있어 이비인후과학회의 자동복원정책에 의해 충분한 수련실태조사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를 배정받지 못했고, 복지부 정책인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공의 균등배정으로 인해 올해에도 갑작스럽게 정원을 배정 받지 못하게 됐다”며 “충분한 수련교육환경과 조건을 갖췄는데도 전공의를 배정받지 못할 경우 내년에는 3,4년차 전공의 2명만 남아 정상적인 수련 업무나 진료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간 학회 정책에 따라 수련교육환경을 유지해왔는데 일방적인 정부의 기준 아래 하루아침에 정원이 없어져 이비인후과 유지 자체가 어려워졌다”며 탄식했다.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에 지원하고자 했던 인턴도 갈 곳을 잃은 상태이다. 최 교수는 “지원예정이던 의사는 다른 병원으로 떠날지 이비인후과를 전공할 마음을 우선 접고 군대를 갈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남은 전공의로는 도저히 과가 돌아가지를 못하게 되어 진료와 응급실 관리에 구멍이 생길 것”으로 우려했다.

상계백병원을 비롯, 원자력의학원과 의정부성모병원이 모두 전공의를 뽑지 못하면서 서울시 노원구 지역, 그와 인접한 경기 북부 지역의 이비인후과 진료와 응급진료가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이비인후과학화의 기존 평가를 무시하고 과내 전문의 수를 기준으로 삼아 강제로 배정된 인원을 없앴다”며 “정부의 즉흥적인 조치가 초래할 의료의 또 다른 위험은 국민이 감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에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들도 비판에 나섰다. 이들은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내년에 신입 전공의가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힘들지만 하루하루 수련을 받아왔는데 갑작스럽게 정원이 사라진다고 하니 너무 충격”이라며 “예측 가능한 수련교육이 헌신짝처럼 버려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내년에 생계백병원에서 이비인후과 전공의 수련을 받으려면 인턴은 어디로 가야하먀 기존 전공의들은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교수들이 남은 인력으로 어떻게 외래진료와 수술, 응급실 관리까지 모두 책임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식과 공정의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고 외치는 현 정부의 외침이 너무 공허하게만 여겨진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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