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대 증원 막기 위해 '집중간호학사' 새로운 카드 꺼낸 간협... 반응은 "별로"

- 간협, 편입 3→2년 줄여 단기간 배출 가능 주장
- 복지부 "편입제도만으론 간호사 부족 해결 못해"
- 현장 간호사들 "처우 개선 없는 정원 확대 반대"

간호대학교 입학 정원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의논 중인 대한간호협회가 정원 증대 보단 2년제 편입학 제도를 활용해보자고 제안하였다.



지난 8일 복지부와 간협은 간호인력전문위원회 회의를 개최하여 간호대 정원 증대와 관련해 논의를 나누었다. 복지부는 2025년도 간호대 입학 정원에 대해 1,000여명을 증원하는 것을 의논하기 위하여 최근에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내 간호인력전문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 복지부와 간협은 각각 간호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방안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복지부는 고려대 보건대학원 신영석 교수가 지난 2020년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및 중장기 수급추계 연구’에 따라 부족한 간호사 인력을 채우기 위해 필요한 간호대 입학 정원을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업무량을 현재의 80%로 축소할 때 오는 2035년에는 간호사 5만6,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간협 측은 현행 편입학 제도를 개선해 ‘집중간호학사(Accelerated Bacher of Science in Nursing, ABSN)’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집중간호학사는 미국 등 해외에서 도입된 학사 과정으로, 간호학과 학사편입생의 교육 기간을 현행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제도다. 별도의 교육과정을 통해 단기간에 간호사를 배출할 수 있다. 간호계는 지난 2021년 12월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부정적이다. 복지부 임강섭 간호정책과장은 8일 “연구 결과에 따라 부족한 인원을 채우려면 간호대 정원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분석한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이에 간협은 간호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며 집중간호학사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입학 정원을 늘리면 교육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간협의 우려”라고 전했다.

임 과장은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편입학 제도만으로는 현장에서 부족한 간호사 수를 채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장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간호대 입학 정원 증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매우 크다. 이들은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고 했다.

수도권 소재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A 간호사는 “근본적인 근무 환경이나 처우 개선 없이 배출되는 간호사 수만 늘리면 (병원도) 일이 힘들어서 사직하는 숙련 간호사를 굳이 붙잡지 않고 그 자리를 신입 간호사들의 자리로 채울 것이다. 부품 갈아 끼는 것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매년 입학 정원을 늘리면서 간호학과 입학 점수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에 지방대의 경우 다른 과보다 간호과를 선호하는 학생들도 많아지고 있다”며 “안 그대로 지방대 충원율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간호과로 지원자가 쏠리면 오히려 학교의 전체 충원율이 떨어지고 부실대학 인증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간협이 공식적으로 간호대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도 밝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 소속 B 간호사는 “예전이면 몰라도 간호법도 좌절된 상황에서 간협이 적어도 정원 확대에 반대한다는 공식적인 의사 표현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간협이 간선제 구조인 탓에 현장 간호사 의견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상급종합병원 소속 C 간호사도 “간호대 정원이 늘어나서 문제가 해결됐다면 진작에 해결됐을 것”이라며 “간협은 간호법과 관련해서는 입장문을 쏟아내더니 이번엔 소극적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현장 간호사들의 노동 강도를 해결하기 위해선 인력 증원이 필요한 만큼 간협이 입장을 발표하기는 곤란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간호계 관계자는 “간호사들의 노동 강도나 처우를 개선하려면 간호 인력이 늘어나야 한다. 현재 간호사 1인당 환자 수에 대한 법정 기준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12명이다. 이 기준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그나마 지켜지고 있으며 종합병원 이하로는 간호사가 지나치게 많은 환자 수를 떠안고 있다”고 했다.

이어 “법정 배치 기준을 지키게 된다면 임상 간호사 수가 오히려 부족해진다”며 “단순히 입학정원뿐 아니라 처우 개선도 함께 논의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간협에서도 맹목적으로 입학 정원 증원에 반대할 수는 없는 처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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