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협, 28일 초연결 사회에서의 병원 경영의 미래 회의 개최
- 전문가들, 필수의료 붕괴 원인으로 의료 시스템 등 지적
- 정부 “의대 증원, 유일한 해결책 아니지만 수요·공급 맞추기 위해 필요”
필수의료의 붕괴는 곧 국내 의료의 시스템 및 제왕적 대통령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정부는 해당사안을 해결하기 위하여 의대정원 확대를 진행하려는 상황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의대 증원보다 PA의 법제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28일 오후 대한병원협회는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초연결 사회에서의 병원 경영을 주제로 하는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3을 개최하였다. 이날 진행된 ‘문 닫는 병원, 사라지는 의료 인력’ 포럼 세션에서 필수의료가 붕괴하는 이유와 앞으로의 해결 방안의 논의가 이뤄졌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장석용 교수(의료경영학과)의 설명에 따르면 국내 필수의료 붕괴는 오롯이 정부만 책임지는 우리나라 정치 시스템이 첫 번째 원인이다. 해외 각국은 정책 실패 시 원인이 시장인지 정부인지 판단한 후 교정할 방안을 추진하는데, 우리나라는 오롯이 정부가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정치인의 행정부 흔들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다 보니 관료들이 일관된 정책을 수행하기 어렵다. 게다가 시장 논리를 활용해 필수의료 인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학자도 집단도 없는 상황이다.
또 공급은 적은데 수요가 OECD 평균 4배 수준으로 많고, 의사와 간호사 이원화로 직역 간 유연성이 없는 데다, 업무상과실치사사상죄가 엄격해 의료인의 유죄 판결 위험이 매우 높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외에도 건강보험 정책이 독점 보험자에 의해 결정되다 보니 국민이 필수의료에 지불할 의사를 파악하기 어려워 가격 책정이 어렵고, 원가에는 왜곡된 의료 현장의 현실이 반영돼 필수의료 분야 저수가 문제가 지속된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 정원 확대가 과연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1인당 의사 수는 한의사를 제외하고 2.2명으로, OECD 평균 3.7명보다 낮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 역시 2.6명이며, 영국처럼 무상 의료 시스템을 추진하는 캐나다도 2.8명에 불과하다.
또 현재 의사 수가 적은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지만, 미래에도 적은지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OECD가 우리나라 의사 수가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한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장 교수는 향후 제시되는 해결책은 △최우수 인재가 필수의료 분야로 진입하도록 장밋빛 미래와 자긍심을 줄 것 △필수의료 분야는 초과 이윤을 허용할 것 등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기존 제도를 과감하게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구미차병원 김재화 원장은 우리나라의 의료 전달 체계가 3차 의료에 집중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료 전달 체계는 기본적으로 피라미드 구조여야 하는데, 가운데에 해당하는 병원의 적절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의료 전달 체계를 과감하게 한 번 (개혁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며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시간이 지나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천성모병원 박익성 교수(신경외과)는 병원 간 전문의들만 연결돼도 응급 중증 환자를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 필수의료 전문의 400명이 단체 채팅방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한 바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실시된 네트워크는 응급 환자를 3분 이내에 전원할 수 있을 만큼 뚜렷한 성과를 거둬냈다.
최근 복지부에서도 전문의 네트워크 공모를 실시한 상황이다. 박 교수는 기대를 드러내는 한편, 해당 사업이 시범사업이다 보니 전면적으로 확대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복지부의 적극적 지원을 기대했다. 강북삼성병원 정의석 교수(흉부외과)는 “우리나라는 보조인력(PA)이 활동하고 있지만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심장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턱없이 적은 실정이다. 특히 지방은 더욱 심각한데, 제주도의 경우 한 곳에 불과하며, 강원도는 두 곳, 충청도는 한 곳 있었으나 의사가 이직하면서 없어졌다.
정 교수는 정부를 향해 “생태계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동안 제도에서 인정 안 하던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간호사들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PA의 법제화로 해석될 수 있는 주장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무조건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데 공감했다. 다만 의사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는 이를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의대 증원은 필수의료 구제를 위해 필요한 절차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진상인 사무관은 “흉부외과 전공의 술기 지원 사업과 간호인력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가산 수당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보건의료 단일과에 이렇게 큰 예산을 지원하는 게 예전엔 없었는데 의료인력정책과가 생기면서 관련 사업이 많아졌다”고 현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복지부가 (필수의료)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할지는 포럼이나 세미나 등을 통해 설명드렸다”며 “필수의료 제공 체계를 위해 세부 과제들을 내놓고 있고, 지금 전진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의대 정원 확대에 관해서는 “이것만으로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다만 필요한 방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2019년 제정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언급하며 보건의료인력들이 의료 현장에서 서로 다양하게 협력하며 근무할 수 있도록 사안들을 하나하나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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