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법, 시간 여유 안 줬다면 위자료 선고
- 성형외과醫 "설명의무 위반 기준돼선 안 돼"
수술환자에게 수술에 대한 위험성 및 부작용을 설명하며 동의서까지 받았지만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며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게 되었다. '수술 당일'에 설명하여 환자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 여유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에서는 당최 이해할 수 없는 기준이라며 반발하였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성형외과 전문의 A씨를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환자에게 위자료 300만원 및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며 선고하기도 했다. 수술을 담당하였던 A씨가 설명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소송을 제기한 환자 B씨는 지난 2020년 6월 A씨에게 자가연골을 이용한 코 부위 재수술과 내시경적 이마거상술을 받았다. 환자가 수술 후 탈모 등 부작용을 호소하자 A씨는 지방이식수술과 주사 치료를 진행했다. 그런데도 부작용이 계속되자 B씨는 수술 중 과실 때문이라며 손해 배상을 제기했다. 이마거상 수술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B씨가 요구한 배상액은 9,000만원 규모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설명의무를 문제삼았다. 이마거상술에서 영구적인 탈모는 흔하게 발생하지만 A씨가 "수술 당일" 이 점을 설명하면서 "수술을 행할 때까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 점을 설명하거나 환자가 부작용을 인지하고 숙고를 거쳐 수술을 결정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언급한 '적절한 시간적 여유'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다만 지난 2022년 대법원은 "의료행위 내용과 방법, 그 의료행위의 위험성과 긴급성의 정도, 의료행위 전 환자의 상태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 환자 B씨가 수술 전 여러 차례 상담을 받은 뒤 수술하면서 동의서에 서명했고 집도의인 A씨가 탈모 등 부작용에 대해 "주의사항을 강조하고자 직접 가필"하는 등 설명 절차를 거쳤으나 이를 '수술 당일' 진행한 게 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A씨가 수술을 앞두고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고 이로 인해 환자는 수술로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 등 위험성을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채 수술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A씨가 수술 전 "수 차례 상담 과정에서 영구적 탈모에 관해 설명하고 환자에게 숙고할 기회를 줄 수 있었다"고도 했다.
다만 "설명의무를 이행했더라도 환자가 반드시 수술을 거부했으리라 단정하기 어렵고" 설명의무 위반과 수술 후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면서 배상 책임은 환자의 선택할 기회를 침해한 것에 한정했다.
이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의료계는 우려했다. 설명의무 시점을 문제 삼은 이번 판결이 다른 소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7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판결로 "의료인은 모든 의료 소송에서 패소할 수밖에 없는 기형적 지위에 놓이게 된다"며 유감을 표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대부분 수술은 당일 외래를 거쳐 진행하고 수술을 마치면 약간의 회복 시간을 가진 뒤 퇴원 절차를 밟는다"며 "'수술 당일'은 환자가 수술을 결정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라고 한 이번 판결은 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현대 의학은 환자 자율권을 중시한다. 특히 미용 목적 수술은 치료 수술보다도 환자 자율권을 보장한다"면서 "환자가 수술에 미온적인데 (의료인이) 수술을 종용하거나 부작용을 감수하고 수술받으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이번 판결이 설명의무 위반 여부를 가르는 새로운 기준이 돼선 안 된다고도 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이번 판결이 수술 당일 설명은 부적절하다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이에 분명한 반대 의견을 천명한다"며 "재판부가 의료법이나 관계 법령에 명시하지 않은 보편적 기준을 새로 세우려면 의료 현장 전문가와 상의해 (현장이)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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