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사이에서 증가하는 무력감..."환자들이 나를 증오할 수도 있어"

- 상급종합병원 교수들,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 호소
- 의료 현장의 심각한 인력 부족, 의사들의 근무 시간과 스트레스 급증
- 환자 보호자와의 대화 중 자격지심 느끼는 의사들, 전문 직역 내 무력감 확산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이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림대 성심병원 신장내과의 A 교수는 "지난 한 달 반 동안 마치 긴 악몽에 시달리는 것 같다"며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한 "외래 진료와 당직, 중환자 관리 등의 육체적 어려움을 넘어, 한 달 반 만에 의사, 교육자, 연구자로서의 길이 파괴되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괴롭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의 B 교수도 비슷한 심경을 공유했다. "체력적으로도 버거운데, 무력감이 더 크다"며 "환자 보호자와 대화할 때마다 그들이 나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불필요한 자격지심이 들어 괴롭다"고 했다. 그는 추가로 "소아과 의사들이 자주 하는 '애들이 무슨 죄가 있나'라는 생각으로 견디고 있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교수들의 근로시간은 상황이 악화되면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B 교수는 "최근 확인해 보니 주 80~100시간 근무하고 있다"며 "나이가 들어서인지 점점 버티기 힘들어진다. 선배 교수들은 체력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일산병원 신경외과의 C 교수는 "외래 진료와 응급 수술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예정된 수술은 대부분 연기되고 있다"며 "응급실, 병동, 중환자실에서의 콜에 응대하고 있지만, 이 상태로는 오래 견디지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성균관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228명의 교수 중 주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는 비율이 86.4%에 달했으며, 24시간 근무 후 12시간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73.6%에 이르렀다. 이러한 데이터는 교수들이 겪고 있는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상황의 해결책으로, 일산병원의 C 교수는 "의대 정원 증원 문제는 서두르지 말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며 "정책 결정자와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D 교수는 "병원이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전공의 없이 운영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적응하면 점차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에게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주고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환자 치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의료계는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대안을 모색 중이지만, 쉽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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