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료개혁 추진 위해 '필수의료특별회계+지역의료기금' 도입 제안
건강세와 특별세 도입을 통한 의료자원 재배치 및 격차 해소 방안 논의
의료개혁을 위한 국가재정의 역할 강화, 법적 기반 및 재정운용 전략 마련 초점
의료개혁을 앞두고 건강보험의 행위보상 중심에서 벗어나, 개혁을 지원할 별도의 국가 재정 투입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의견이 일치를 보았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수의료특별회계+지역의료기금' 설립이 제안되었고, 이를 위한 건강세 도입, 법적 기반 확립, 구체적 계획 수립 및 적절한 재정 투입을 위한 정책 방안이 제시되었다.
지난 2일 보건복지부가 서울 가든호텔에서 개최한 ‘제8차 의료개혁 정책토론회-의료개혁 추진을 위한 건강보험과 재정의 역할-’에서는 이 같은 논의들이 이뤄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강희정 보건정책연구실장은 발제를 통해 보건의료 예산이 건강보험에 과다하게 의존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의료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재정의 투입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희정 실장은 “건강보험 의존적 보건의료정책 추진이 한계에 있어 의료서비스 비용 보상체계의 왜곡과 지역 간 의료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며 “국민건강보장을 위한 건강보험과 국가재정의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건보는 의료서비스 행위에 대한 표준적 보상과 급여 지출관리에 집중하고, 국가재정으로는 보건의료자원을 할당조정하고 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투자 집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때의 국가재정은 기존 의료서비스 행위 보상이 아닌, 의료개혁이라는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의료인력·기관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크게 △필수의료특별회계 △지역의료발전기금으로 구분해 지원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 실장은 “필수의료인력 양성에 대한 것은 특별회계로 가고, 건강보험 중에서도 추가적 보상이 필요하다면 이를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지역의료발전기금의 경우 명실상부하게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 하에 지출 유연성을 갖고 그 안에서 가져갈 의료기관의 역량 강화, 디지털지역의료 인프라 지원, 의료재난 긴급대응 등을 골고루 구성할 수 있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원에 대해서는 “국민건강과 관련이 높지만 현재 투입되고 있지 않은 주세(酒稅)와 교통·에너지·환경세를 고민해볼 수 있다”며 “또한가지 농어촌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지원으로 농어촌 특별세가 있는데, 이들 세가지 재원을 활용해 특별회계·지역발전기금을 조성해 용도와 목적에 맞도록 사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패널들은 정부 재원투자의 방향성에 전반적으로 동의하면서 각계의 입장에서 재원마련 및 투자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여러 공청회와 회의를 하고 있는데, 건보재정만으로는 이런 필수의료를 살리기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지금과 같은 상대가치 제도하에서는 필수의료 분야 수가를 아무리 인상해도 상대적 박탈감이나 차별을 해소할 수 없는 한계점이 있다”고 발제와 인식을 함께했다.
이에 “결국 국가재정이 투입돼야하는데, 일단 건강세를 도입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WHO에서 비만을 유발해 의료자원을 써야하는 데 대해 설탕세를 각국에 도입할 것을 권하고 있고, 그외에 여러 나라에서 흡연이나 음주에 따른 건강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건강세를 부과해 필수의료에 투입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지홍 대한의학회 정책이사(대한청소년과학회 이사장)는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필수의료 붕괴 시작 현장에 있었는데, 그 대안을 이야기할 때 정부 재정의 개입이 신속히 투입돼야 한다는데 공감하면서도 3~4년째 해결되고 있지 않다”며 “첫번째 이유는 집행을 위한 법률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일본의 경우 성육법(성육기본법)이 2019년에 제정된 이후 2023년 아동청(어린이가정청)이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며 “이처럼 법률제정이 확실하게 돼야 책임소재가 나올 수 있고, 재정투입에 대한 관리주체가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지홍 이사는 “정부 재정의 신속대응성 역시 중요하다”며 “건보재정이 해결하지 못하는 신속한 대응을 국가재정으로 선 조치, 후보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시장 수요공급에 따른 불균형을 소방서와 같은 공공기관처럼 발생률이 적어도 갖춰야할 최소한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투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진식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지역병원특별위원회 부회장)은 “필수의료인력의 육성은 국가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측면이라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며 “개별 의료기관 교육에 의존되는 것이 아니라 희소자원에 대한 육성 과정에서는 국가적 차원의 재정 투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역에서도 좋은 의사들이 근무할 여건이 마련돼야 하는데, 정주여건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 재정을 통해 정주할 수 있는 정부 시설을 제공하거나 여건을 지원한다면 차차 지역에서도 좋은 의료기관들이 근무할 여건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정규지원조차도 개별 의료기관이 알아서 해야하므로 악순환이 진행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제 필수·지역의 의료, 경증보다 중증질환을 두텁게 보장하는 방식의 변화들을 지향하는 보건의료체계가 아닐가 생각하고 있다. 어떤 것에 더 많은 규모를 투입할 지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며 “국가재정은 건보제도 재정만으로 해결이 어려운 시장 실패 분야에 핵심적으로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권 연구위원은 “공공성이나 국가 책무성 강화가 필요한 영역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인구감소에 따른 소아과 하락, 지역의료분배 등은 수가를 높여주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이들의 기회비용을 보상해주는 방식으로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며 “단순한 행위에 대한 보상을 지양하고,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인력을 양성하는 환경조성에 집중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개혁을 중심으로 국가재정 역할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재정운용이나 재정투입으로 달성하려는 목표를 명시화하고, 얼마나 재정투입해 달성을 하는지를 보여줘 지속적 투입이 가능하도록 평가 관리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국민이 재정투입에 동조하고 변화를 수용하도록 효과성이 낮거나 없는 의료서비스 보상은 축소하고, 여러 보상 조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은 “정부가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재정투자는 전공의수련국가책임제, 필수의료 기능유지, 지역의료혁신,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필수의료 R&D 등 5개 분야에 집중하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지원방식 자체는 특별회계는 일정 수준의 보편적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필수분야에 국가가 주도적으로 탑다운 방식을, 지역발전기금은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도록 자율성을 갖는 바텀업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5월 말까지 예산작업을 위해 기재부로 넘겨야하는데 소통을 통해 2025년도 예산편성을 마련해나가도록 하겠다”며 “오늘 말씀들을 가급적이면 반영해 필수의료회계와 지역발전기금이 과감하게 투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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