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로 의대 교수들 '망연자실'…의대 정원 증원 가처분 신청 기각·각하

법원 판결로 의대생·전공의 복귀 요원해져
지방 대학병원부터 붕괴 위기…의료 대란 우려
의학교육 현장 혼란 가중…교수·학생 모두 피해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는 지난 16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부산의대 학생과 교수 등 18명이 제기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각하·기각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의대 교수들은 깊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며,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복귀도 요원해졌다는 전망이 나왔다.



의대 교수들은 대학 및 병원별 총회를 통해 향후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충북의대 학생 등을 포함한 항고심 3건도 이번 판결에 영향을 받아 기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충북의대교수협의회 배장환 비상대책위원장은 “재판부는 2,000명 증원 근거를 제시하라고 했으나, 정부가 이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며 “재판부도 2,000명 증원이 미칠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판결로 인해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복귀는 어려워졌으며, 내년도 신규 전문의와 전공의 배출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대생과 전공의 복귀가 무산되면 교수 이탈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배 비대위원장은 “번아웃으로 인해 의료현장을 떠나는 교수들이 늘어나고, 특히 교수 인원이 적은 지방 국립대병원이나 작은 사립대병원이 먼저 무너질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이 축소되면 올해 하반기부터 의료 대란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원광의대교수협의회 강홍제 비대위원장도 ‘의료붕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고 언급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학생들의 휴학은 진행될 것이고 전공의 복귀 역시 어려워졌다”며 “교수들의 사직이 늘어날 것이며, 특히 12월에서 2월 사이에 이직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방 대학병원이 수련기관 조건에 미달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지방 대학병원들이 수련기관에서 탈락되면 지방 전공의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여 수련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의료 질 저하와 전문의 수 감소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의학교육 현장의 혼란을 막을 방법도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다. 대학 차원에서 학칙 개정안을 부결시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내년에는 유급된 학생과 신입생이 한꺼번에 수업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가톨릭의대교수협의회 김성근 비대위원장은 “학칙 개정안 부결이 일부 의대 정원을 줄이는 효과는 있겠지만, 학생들이 복귀하지 못하면 2025학년도 의학교육 현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상상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원 증원을 하지 않은 대학들까지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다음 주 중 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의비는 법원 판결 하루 전인 지난 15일 임시총회에서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각하나 기각할 경우 근무 시간을 재조정하기로 의결했다. 현재 교수들은 병원별로 주 1회 휴진을 진행하고 있다.

전의비 최창민 비대위원장(서울아산병원)은 “이번 판결로 의대 정원 증원이 확정되면서 희망이 사라졌다”며 “실망스러운 결과라 더 이상 이야기할 것이 없다. 내주 비대위에서 대학 및 병원별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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