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전공의 85%, 복귀 거부 의사, '필수의료 패키지 재논의 요구'

필수의료 패키지 재논의 요구, 단순 의대 증원 반대
전공의들, 현 의료정책 불만 고조…복귀 조건 제시
정부와 의료계 갈등 심화, 전공의 복귀 시점 불투명

지난달 의과대학 증원 반대 촛불집회 이후에도 흉부외과 전공의들 대부분이 여전히 복귀를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이하 흉부외과학회)가 지난 5월 1일 개최한 춘계통합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복귀의 전제 조건으로 '의대 정원 재논의'보다 '필수의료 패키지의 재논의'를 우선으로 꼽았다. 이는 단순한 의대 증원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의료개혁 전반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회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흉부외과 전공의 107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으며, 이 중 52명이 응답했다. 그 결과, 전공의 52명 중 48명(92.5%)은 현재 수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복귀 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전공의는 부정적인 답을 내놨다. 응답자 중 63.5%(33명)가 '대의를 위한 전공의 선택을 지지하며, 복귀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답했으며, 21.2%(11명)는 '현 시점에서 복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복귀를 원하지만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는 13.5%(7명)에 그쳤으며, '빠른 시간 내 복귀할 것'이라는 응답은 1명(1.8%)에 불과했다.

복귀의 전제 조건으로 '필수의료 패키지 재논의'(55.8%)가 가장 우선으로 꼽혔다. '의대 정원 재논의'에 대한 요구는 그 절반가량인 30.8%에 불과했으며, 수련환경 개선(7.7%)과 수가 정상화(5.7%)에 대한 목소리도 있었다.

정부는 필수의료 패키지에 필수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마련됐고, 의대 증원에 가려 세부 내용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전공의들의 생각은 달랐다. 전공의 중 88.5%는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그 중 65.4%는 '내용을 잘 알고 있으나 적절하지 않아 개정돼야 한다'고 했으며, 23.1%는 '실효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성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전공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추가적인 서술형 응답에서 한 전공의는 "이 나라에서 흉부외과 의사로서 살아갈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개탄하며, 현재의 의료정책이 강행되고, 의사가 악마화된 사회에서 흉부외과가 반등할 미래가 더더욱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공의는 "가장 큰 문제는 다음 세대에게 흉부외과의 희망적인 면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라며, 경제적 대우와 삶의 질이 개선되어야 흉부외과에 대한 관심이 참여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형렬 흉부외과학회 총무이사(서울아산병원)는 "필수의료 패키지로 흉부외과 전공의들을 회유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현장과 상당히 거리감이 있다"고 지적하며,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흉부외과에 지원할 전공의가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흉부외과에 지원한 전공의들은 일이 많이 힘들다는 것을 이미 알고 온 사람들"이라며, 그들의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고 말했다.

임청 흉부외과학회 이사장은 의대 정원 확대를 비롯한 의료정책이 전문가가 아닌 정부의 강행으로 이루어진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현 상황을 축구에 비유하며 "국가대표 감독 역할은 스타 플레이어들을 모아 한 팀으로 만드는 것인데, 지금 의료사태는 감독이 필드에 나와서 수비도 하고 골도 넣겠다는 격"이라고 비유하며, 감독 교체를 열렬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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