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업무개시명령과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해제하며 복귀를 촉구했지만,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큰 동요 없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공의들은 당분간 복귀나 사직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전공의들은 이미 사직을 결정하고 일자리를 찾고 있으며, 의대 정원 증원이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의료개혁 관련 현안 브리핑’을 통해 진료 공백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공의에 대한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업무개시명령, 진료유지명령을 모두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수련병원으로 복귀하는 전공의들을 위한 지원도 약속했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공의였던 A씨는 “예상했던 바이다. 어느 시점에선 정부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할 것이라는 예상이 전공의 사이에서 파다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발표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 B씨는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진작 사직서를 수리했다면 현 사태까지 오지는 않았을 터다. 적어도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지난 3개월 동안의 의료대란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는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B씨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지지 않는 이상 복귀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이런저런 요구도 했지만 말로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실제로 협의체 등을 만들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그저 '믿어 보라'고만 한다. 뺨을 한 대 때린 다음 ‘없던 일로 하자’고 넘어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전공의들은 사직 혹은 복귀 여부에만 관심이 집중되면서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 중요한 의료 정책 변화가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피부과 전공의였던 C씨는 “사직하겠다는 의향에는 큰 변화가 없다. 주위 동료들 사이에서도 다른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 애초에 나온 이유가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때문인데, 논점이 사직으로 완전히 옮겨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것도 바뀐 게 없고 얻은 것도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돌아갈 것이었으면 애초에 나올 이유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신건강의학과 사직 전공의 D씨도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나 의대 정원 증원에서 바뀐 게 없어서 일단 지켜볼 것”이라며 “하필 이 시기에 갑자기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다는 이유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 직후 일부 전공의들은 사직을 결정하고 개원가에서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병원을 상대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다른 곳에서 일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소송을 추진 중인 전공의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의 대학병원에서 인턴 근무 중 사직한 E씨는 사직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병원 의국별로 사직 여부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의국에서는 전원 사직할 계획이다. 주변에서도 복귀하겠다는 분위기는 없다”며 “다들 ‘로컬에서 빨리 일자리를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E씨는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정부의 작전이 먹힌다면 현 사태가 유지되며 어영부영 지나갈 것이고,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병원 줄도산이 현실화될 것”이라며 “일부 전공의 중에선 병원을 상대로 그동안 일하지 못하도록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것에 대한 소송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