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수리 시점 모호한 정부 지침에 수련병원 혼란... "책임 전가" 비판

15일까지 전공의 복귀·사직 확정 요구... "시간 부족해 현실적으로 불가능"
병원-전공의 간 법률관계 언급한 정부... "명확한 지침 없어 더 큰 혼란"
전공의 충원 여부도 불투명... "수도권 쏠림 현상에 지방 의료 붕괴 우려"

정부가 발표한 전공의 복귀 대책이 수련병원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전국 수련병원에 공문을 발송하여 7월 15일까지 소속 전공의의 복귀 또는 사직 여부를 확인하고, 17일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2024년도 하반기 모집 인원을 신청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2025년도 전공의 정원 감원 등의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요구는 수련병원들에게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공의 사직서 수리 시점에 대한 불명확성이다. 사직서 수리 시점에 따라 병원이 처리해야 할 사회보험료, 퇴직급여 등의 비용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난 2월 말을 수리 시점으로 하기에는 법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 병원들의 입장이다.

복지부는 전공의 사직 수리를 '병원-전공의 당사자 간 법률관계'로 규정하며 정부가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동시에 '6월 4일'을 사직서 수리 시점이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6월 4일부터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장래효로 철회했다는 점을 근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병원 A교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수련병원으로 다 떠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공의 사직서 수리시점에 대해서도 정부가 선을 명확히 그어 줘야 한다"며 "당사자 간 법률관계라는 애매한 말로 오히려 병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학회 박형욱 부회장은 더 나아가 정부의 접근 방식 자체를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통해 공법적으로 개입한 문제"라며 "이제 와서 그 부분을 풀려면 정부가 명확하게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공의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자체가 직권 남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정부의 압박 속에서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사직서 수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전공의 사직서 수리가 실제 전공의 충원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수도권의 한 수련병원장은 "전공의 TO를 신청하는 것은 수련병원장이지만 전공의 선발은 진료과별로 하니 실제 전공의 선발로 이어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