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까지 전공의 사직 결정하라"... 정부 지시에 수련병원 '난감'

사직서 수리 시점 놓고 혼선... "2월이냐 6월이냐" 병원들 결정 부담
수련병원협의회 "2월 29일 일괄 적용" 제안... 정부 수용 여부 주목
"전공의 수도권 쏠림 우려"... 동일 권역 내 지원 제한 방안도 검토

정부가 모든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를 일주일 내로 완료하라고 지시하면서 각 수련병원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의료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병원과 전공의 간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각 수련병원에 공문을 보내 7월 15일까지 소속 전공의들의 복귀 및 사직 여부를 확인하고 결원을 확정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17일까지 2024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인원을 신청하도록 요구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2025년도 전공의 정원 감원 등의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은 8일 브리핑에서 사직 처리 시점을 15일로 특정한 이유에 대해 "그에 따라 전공의 TO가 결정되기 때문"이라며 "전공의 TO가 결정돼야 이달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의 의료공백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통해 해소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지시는 수련병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 대형병원 관계자는 "시점이나 방식 등 전반적인 사직 처리에 대해 아직 검토 중"이라며 "1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부서에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수련병원 관계자도 "사직 수리 시점을 2월로 할지 6월로 할지 정부가 정해주지 않다 보니 병원 입장에서는 섣불리 처리하기엔 곤란한 상태"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사직서 수리 시점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6월 3일까지 정부가 내린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의 효력은 유지되므로, 수련병원이 이에 반해 사직서를 소급해 수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다만 병원과 전공의 간 복잡한 법률관계가 있기 때문에 수리 시점은 당사자들 간 협의에 의해 결정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 소재 수련병원의 A교수는 "정부가 행정명령을 취소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직서 수리를 소급 적용할 경우 법적책임까지 지게 될지도 모르는데 어떤 병원이 먼저 나서서 정하겠나"라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병원에 책임을 떠넘긴 꼴"이라고 비판했다.

병원이 사직서 수리 시점을 결정하면서 교수와 전공의들 간 관계가 더 나빠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수도권 수련병원 B교수는 "보통 하반기 전공의 모집인원은 병원장과 진료과장이 정한다. 진료과장의 성향에 따라 후반기 모집을 통해 전공의 공백을 해소하려는 병원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특히 지방에서는 전공의들이 사직 후 수도권 수련병원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어 교수와 전공의 관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9일 오후 회의를 열고 전공의들의 사직 의사를 확인한 뒤 사직을 원할 경우 수리 시점을 2월 29일자로 일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전공의들이 그간 사직서 수리 시점을 2월로 지속 요구한 것을 고려한 결정이다.

더불어 수련병원협의회는 전공의들의 수도권 쏠림을 예방하고자 9월 전공의 모집에서 사직한 전공의들은 동일 권역에 한해 지원토록 하는 방안을 복지부에 제안하기로 했다. 이는 지역 의료 불균형 문제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시작되었으나, 현재는 복잡한 법적, 제도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정부, 병원, 전공의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기간 내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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