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게 없다"... 일부 자영업자, 초복에도 배달 주문 거부 선언
배민 "배달비 인하로 상쇄" vs 자영업자 "수수료 인상이 더 큰 부담"
가맹점주들 '이중가격제' 검토... 15일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 항의 집회
2024년 7월 중순, 한국의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는 국내 최대 음식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정률형 요금제 '배민1플러스'의 중개 수수료를 대폭 인상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결정은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자영업자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안겨주고 있으며, 일부는 배달 서비스 자체를 중단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서 '닭한마리' 식당을 운영하는 황모 씨의 사례는 현재 자영업자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잘 보여준다. 황 씨는 "지난주부터 배달 플랫폼을 아예 끊어버렸어요. 남는 게 없는데 배달 주문을 받아봐야 뭐 하겠어요."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그는 초복(7월 15일)에는 배달 주문을 전혀 받지 않고 홀과 포장 주문만 받기로 결정했다. 이는 배달 플랫폼을 통한 주문이 더 이상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배민의 이번 수수료 인상은 8월 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기존에 음식값의 6.8%(부가세 별도)였던 중개 수수료가 9.8%로 3%포인트 인상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배민의 수수료율은 경쟁사인 쿠팡이츠와 동일해지게 된다. 요기요의 경우 이미 12.5%의 높은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배민은 이번 요금 개편과 함께 음식점이 부담하는 배달비를 건당 100∼900원 낮추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많은 음식점 주인들은 이러한 배달비 인하가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부담 증가를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 양주에서 김밥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명 씨의 말은 현재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절망감을 잘 드러낸다. 그는 "이젠 정말 답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주변에 폐업하는 분들도 많고, 폐업하지 않을 경우 유일한 방법은 음식값을 올리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2,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한 식자재 가격에 더해, 이번 배민의 수수료 인상은 많은 자영업자들에게 폐업을 고려할 만큼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장에 따르면, 한 햄버거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주들은 본사에 매장 주문과 배달 주문 가격을 다르게 받는 '이중가격제'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는 배달 주문에 대한 마진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에 대응하여 온라인플랫폼공정화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자영업자 단체들은 7월 15일 오전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들은 배민의 수수료 인상 결정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함께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알리고자 한다.
우아한형제들은 14일 입장문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요금 개편에서는 중개 이용료율 인상과 배달비 인하가 함께 적용됐다"며 "업주 부담 변화를 정확히 보려면 업주 부담 배달비를 지역에 따라 100∼900원 인하한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많은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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