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떼면 적자... 소매점 27곳 "낱장 판매 안 해요"
7년째 동결된 봉투 가격에 유통 관리 '구멍'... 불법 거래도 성행
지자체 "현금만 받으세요" 묵인... 제도 개선 요구 목소리 커져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 구매가 예상 외로 까다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저널이 서울 25개 자치구별로 소매점 2곳씩 총 50곳을 조사한 결과, 종량제 봉투 판매와 관련된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먼저, 많은 소매점에서 종량제 봉투 구매 시 현금 결제만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서울 양천구의 한 구멍가게에서는 카드 결제를 거부하며 현금이나 계좌이체만 가능하다고 했다. 은평구 응암역 앞 편의점에도 "종량제 봉투는 현금결제만 가능"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는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조사한 소매점 중 10여 곳이 여전히 현금 결제를 고수하고 있었다.
소매점주들은 카드 결제 시 수수료로 인해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중구의 한 슈퍼 주인은 "마트나 편의점은 다른 물품을 대량 판매하니까 별 타격이 없겠지만 우리 같은 소매점은 카드 결제해 주고 수수료 떼면 오히려 적자"라고 주장했다.
종량제 봉투의 마진율은 현금 결제 시 8~10%, 카드 결제 시 5% 내외로, 다른 상품들의 평균 마진율 25~30%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마포구의 한 편의점은 2500원짜리 10리터 봉투 10장을 2270원에 매입해 230원의 매출이익(마진율 9.2%)을 얻지만, 카드 수수료 3%를 제하면 마진율이 6.2%로 떨어진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본사에 매출이익의 30~40%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낮은 마진율로 인해 많은 소매점에서 낱장 판매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50곳 중 27곳이 대용량 봉투 외에 낱장 판매를 하지 않았다. 일부 점주들은 봉투 한 장만 구매하려는 고객에게 다른 상품 구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지자체의 대응도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구청에서는 소매점의 불법 행위를 묵인하는 사례도 있었다. 영등포구의 한 마트 사장은 구청에 항의했을 때 "정 그러면 현금만 받으세요"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종량제 봉투 가격 현실화에 대한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17년 이후 봉투 가격이 동결된 반면 쓰레기 처리 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서울의 종량제 봉투 등 판매수익은 가정 배출 쓰레기 처리 비용의 약 40% 수준에 그치고 있어, 나머지는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종량제 봉투의 불법 유통 문제도 제기되었다. 일부 소매점이 정식 루트가 아닌 저가 업체에서 불법으로 봉투를 조달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며,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도 개인이 종량제 봉투를 판매하는 사례가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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