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 "의협, 간호법 대응 미흡"... 의료계 내부 갈등 심화

사직 전공의들 "의협, 간호법 저지 위한 실질적 행동 부족"
의협 "매주 안건으로 다뤄... 대응 방법 소상히 설명 중"
PA 법제화 놓고 의료계 내부 입장차 두드러져... "이해관계 복잡"

최근 사직한 전공의들 사이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간호법 대응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의협이 간호법 제정 저지에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불만은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으로 표면화됐다. 박 위원장은 지난 11일 목포에서 열린 의협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후, 개인 SNS를 통해 의협의 간호법 대응 조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의에 의협 임현택 회장과 박종혁 이사, 채동영 이사도 참석했다. 그런데 의협의 업무 보고에는 간호법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며 "나만 심각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의협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의협 채동영 이사는 해당 게시글에 댓글로 "간호법은 위원장이 정책이사로 있는 집행부 상임이사회에서 거의 매주 안건으로 올라오고 있다. 그 대응 방법과 진행 과정 등에 대해서도 소상히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용언 부회장도 "간호법 관련해 일부러 문건 작성 없이 구두로 별도 설명까지 있었던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시도회장들과 질의응답도 있었다고 들었다. 보고 문건에 노출하는 것과 중요하게 보는 건 별개"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협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공의들은 박 위원장의 말에 동감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간호법이 중요한 안건임에도 회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충청권 대학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다 사직한 A씨는 "전공의들 대부분 박 위원장과 비슷하게 생각한다. 협회로서 당연히 간호법에 대응해야 한다"며 "11일 열린 시도의사회 회의에서 구두로 간호법을 안건으로 다뤘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별다른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라도 지역 대학병원에 근무 중 사직한 B씨도 "박 위원장이 의협에 '똑바로 하라'고 눈치를 준 것 같다"며 "구체적으로 의협이 간호법 저지를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기록은 있는데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지난 6개월 동안 의협은 말만 하고 실제로 성과를 낸 것도 없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사직한 C씨는 "의협의 소통에 아쉬운 점이 많다는 점에 공감한다. 대응하고 있다는데 회원들에게 전혀 와닿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박 위원장의 발언은 전략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에도 전공의들이 간호법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발의된 간호법안에 진료지원 간호사(PA·전담 간호사 등) 법제화 내용이 담기면서 의료계 내 입장이 다른 점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사직 전공의 D씨는 "간호법에 간호사가 의사 직무를 넘볼 수 있는 사안이 포함된 만큼 의협이 신경 써야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의협이 이를 견제하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적극 알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아가 "의협이 이익집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간호법이 통과되면 사업주인 병원장이나 교수들은 편하다. 법으로 금지됐던 PA 간호사를 제대로 써먹지 못했는데 간호법이 제정되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협이 그저 돈을 많이 내는 사람들 뜻에만 따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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