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 일주일간 전기차 매도 희망 184% 급증... EQE 시세 6000만원대로 추락
"실내 주차장 화재 우려"... 중고차 업계 EQE 매입·판매 기피 확산
벤츠코리아, 배터리 제조사 공개·무상점검 실시... 소비자 불안 해소 총력
독일 자동차 제조사 메르세데스 벤츠의 전기 세단 'EQE' 모델이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대형 화재를 일으킨 후,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중고 전기차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특히 벤츠 EQE 모델을 중심으로 중고차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고차 매매 업체 '케이카'의 보고에 따르면, 청라 화재 사고가 발생한 8월 1일부터 7일까지의 기간 동안 '내 차 팔기' 서비스를 통해 접수된 전기차 매도 희망 물량이 직전 주(7월 25~31일) 대비 184%나 급증했다. 특히 화재의 원인이 된 EQE 모델의 경우, 이전 주에는 매물이 전혀 없었던 반면, 사고 이후 전체 매물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급격히 증가했다.
또 다른 중고차 매매 업체인 '엔카'도 유사한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8월 12일 기준으로 엔카의 웹사이트에는 109대의 EQE 모델이 등록되어 있으며, 이 중 약 100대가 8월 5일 이후에 등록된 매물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EQE 모델의 중고차 시세가 급격히 하락했다는 것이다. 화재 사고 이전에는 6000만 원 중반에서 7000만 원대에 형성되어 있던 시세가, 사고 이후 6000만 원대 초반으로 떨어졌으며, 심지어 5900만 원에 판매되는 벤츠 인증 중고차 매물도 등장했다.
이러한 상황은 중고차 딜러들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딜러들은 EQE 모델의 매입을 아예 중단했다. 최근의 기상 이변으로 인해 많은 딜러들이 중고차 매물을 실내 주차장에 보관하고 있는데, EQE 모델을 매입했다가 화재가 발생하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익명의 중고차 딜러는 "실내 주차장에서 화재 발생 우려가 있고, 판매도 어려울 것 같아 EQE 모델은 매입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여 메르세데스 벤츠는 자사 전기차에 대한 불매 현상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8월 1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 전기차 8종의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문제가 된 EQE 모델의 경우 '300' 트림에는 중국 CATL 배터리가, '350+', '350 4MATIC', 'AMG 53 4MATIC+' 트림에는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가 사용되었다.
벤츠의 최상급 전기 세단인 'EQS' 모델도 '350' 트림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으며, 나머지 트림에는 CATL 배터리가 사용되었다. 그 외 EQS SUV,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EQS SUV에는 CATL 배터리가, 'EQC' 모델에는 LG에너지솔루션, 'EQB'에는 SK온, 'EQA'에는 SK온과 CATL 배터리가 적용되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7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운행 중인 벤츠 전기차 중 총 5,549대(EQS 763대, EQE 4,786대)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 코리아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여 8월 14일부터 전국 75개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 전기차 배터리 등을 무상으로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 측은 "정부 조사에 협력하여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근본 원인을 파악해 적절한 후속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청라 화재 사고 피해 주민들의 생활 정상화를 위해 45억 원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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