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장, 진료량 감소·인력 변동 고려해 개선 검토 중
의료계, 인력난 속 평가 부담 가중... 일시적 중단·완화 요구
하반기 급성기뇌졸중 등 주요 평가 예정... 병원들 촉각
의료계와 정부 간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주요 대학병원들의 운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2024년 하반기에 예정된 적정성 평가의 개선 가능성이 언급되어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의료계와 정부 간의 갈등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인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면서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4년 하반기에 예정된 주요 적정성 평가들이 병원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24년 하반기에는 급성기 뇌졸중, 폐암, 위암 등 주요 질병에 대한 적정성 평가가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평가들은 평상시에도 의료기관들에게 상당한 업무 부담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와 같은 의료인력 부족 상황에서는 그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많은 대학병원들이 의료진 부족으로 인해 진료 규모를 축소하거나 수술 건수를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어, 병원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평가 지표의 조정, 평가 시기의 연기, 또는 평가 추진 일정의 변경 등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의료계의 우려와 요구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강중구 원장은 지난 8월 21일 열린 전문기자단 간담회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강 원장은 "전공의 공백사태로 인한 진료량 감소, 인력 변동 현황 등을 분석하여 지속가능한 평가결과 도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라며, "필요시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적정성 평가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요양급여의 효과성, 환자안전, 환자중심성, 의료서비스의 연계성, 의료접근성의 형평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의료서비스가 적정하게 제공되었는지를 평가한다. 이를 위해 심평원은 진료비 청구명세서, 의료기관 현황자료 등을 활용하여 각 의료기관의 진료행위가 평가기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측정한다.
2024년의 경우, 심평원은 당초 평가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치료 성과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평가목표 설정과 지표 정비를 통해 '목표 중심의 평가체계'로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의료계 상황을 고려하여 이러한 계획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강 원장의 발언을 통해 드러났다.
심평원에 따르면, 현재 의정갈등의 장기화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적시에 대응하기 위해 집중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정성 평가 체계의 개선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심평원은 올해 상반기부터 '평가체계개선본부 TF'를 운영하며 의료계의 평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개선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 평가체계개선본부는 2024년 3월 1일에 발족되었으며, 평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개선안으로 ▲실질적 평가목표 설정 ▲평가 지표 정비 ▲자료제출 간소화 ▲평가 시기 분산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심평원은 이를 토대로 현재의 의료현장 상황을 고려한 합리적인 평가체계를 구축하고 추진해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제 임상현장에서도 현재의 의정갈등 장기화로 인해 적정성 평가의 일시적 중단이나 평가 내용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평상시에도 적정성 평가와 관련된 업무 부담이 상당히 큰 편"이라며, "현재와 같은 인력 부족 상황에서 적정성 평가를 그대로 진행할 경우 병원의 부담이 크게 가중될 수 있어, 한시적으로라도 평가의 완화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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