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의사 '과실치상' 유죄 확정에 의료계 반발... '방어 진료' 우려"

"CT 검사 미실시·부적절한 퇴원 조치" 법원, 의사 주의의무 위반 인정
의료계 "불가피한 합병증 형사처벌, 과도한 판결"... 방어진료 우려 제기
환자 안전vs의료 현실... 의료행위 책임 범위 놓고 사회적 논의 필요성 대두

법원이 대장 내시경 검사 중 환자에게 상해를 입힌 70대 내과 전문의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적용해 유죄 판결을 내려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 공개된 2심과 원심 판결문 사건의 상세 내용과 법원의 판단 근거를 분석했다.



지난달 14일, 인천지방법원은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기소된 내과 전문의 A씨(70대)에 대해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A씨는 자신의 무과실을 주장하며 처벌이 과하다고 항소했으나,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 사건 개요: 대장 내시경 검사 중 발생한 천공과 후속 조치 미흡

A씨는 2021년 4월, 대장 내시경 검사 중 환자 B씨의 결장에 천공을 일으키고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일 오전 9시 30분경 내시경 검사를 마친 B씨는 상복부 통증을 호소했고, 이에 A씨는 오후 12시 20분경 X-ray 검사를 실시했다. A씨는 검사 결과 장 천공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같은 날 오후 3시경 B씨를 퇴원시켰다.

그러나 B씨는 퇴원 후에도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3일 후 다른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B씨는 이곳에서 결장 천공과 복막염 진단을 받고 하트만 수술을 받았으며, 이후 국소 복막염 증세로 재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 의사 A씨의 주장: "불가피한 합병증, 가능한 조치 모두 취했다"

재판에서 A씨는 자신의 무과실을 주장했다. A씨는 X-ray 검사 결과 천공 발생을 가늠할 수 있는 복강 내 유리 가스(Free Air)가 관찰되지 않았고, 환자의 통증 정도가 모호해 퇴원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장 내시경 검사는 주의의무를 다해도 불가피하게 천공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당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할 수 있는 수준의 필요한 조치는 모두 이행했다고 항변했다.

◇ 1심 판결: "무리한 시술과 부적절한 후속 조치" 유죄 선고

그러나 1심을 맡은 인천지법 부천지원 재판부는 A씨의 과실을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다소 무리하게 내시경 삽입을 시도하다 결장 벽에 부딪혀 천공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A씨가 법정에서 "환자는 고령에 자궁 적출 이력이 있어 장 천공 발생 확률이 높았다"며 "검사 당시 (내시경이) 결장을 통과할 때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고 진술한 점을 근거로 삼았다.

또한, A씨가 사건 직후 환자와의 통화에서 "(내시경이 들어갈 때) 무리가 가지 않았나 추측하는 점이 있다"고 발언한 점도 지적되었다. 재판부는 A씨가 X-ray 검사 결과를 잘못 판단했다는 점과 CT 검사가 가능한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삼았다.

재판부는 "대장 천공 여부를 더 정밀히 확인하기 위해 환자를 복부·골반 CT 검사가 가능한 인근 병원으로 전원해 추가 정밀 검사를 받게 했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은 이상 A씨가 필요한 조치를 다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2심 판결: "내과 전문의로서 최선의 주의의무 다하지 않아" 원심 유지

2심을 맡은 인천지법 제5-1형사부 역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환자가 지속적으로 통증을 호소하고 회복이 더딘 등 "의심스러운 정황"을 보였음에도 A씨가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내과 전문의인 A씨는 X-ray 검사에서 유리 가스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도 CT 검사로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면서 "X-ray 촬영 영상을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보이거나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해 CT 촬영을 하는 등 적절하게 조처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환자의 통증 호소를 "엄살"로 치부한 점을 지적하며, "환자로서는 이런 내과 전문의의 말에 극심한 통증을 참으며 귀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재판부는 "A씨가 평균적인 내과 전문의로서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피해자가 복막염 등 중상해까지 입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 의료계 반응: "불가피한 합병증에 대한 형사처벌, 방어진료 우려"

이번 판결에 대해 의료계는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의료진들은 대장 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천공이 발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위험이 있으며, 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할 수 있는 조치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러한 판례가 쌓이면 의사들이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고, 결국 환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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