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도 떠나는 지방의료... "수도권 블랙홀에 지역 의료 붕괴 우려"

정부 '전문의 중심병원' 정책에 수도권 대학병원들 지방 의료진 영입 경쟁
지방 국립대병원 교수 사직 급증... 필수의료 분야 이탈 심각
의사 64%가 수도권 집중... "지방 의료 공백 해소 위한 대책 시급"

정부가 의료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대학병원의 전문의 중심 체제를 선언하면서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선언 이후, 의사 인력 채용 시장은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도권 대학병원들이 중소병원은 물론 지방 대학병원 교수진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의료진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충남 지역 A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2명이 수도권 B대학병원으로 이직했고, 전남 지역 C대학병원 외과 교수가 수도권 D대학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한 부산, 경북, 전북 등 여러 지방 대학병원의 교수들이 최근 수도권으로 이직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외과, 신경외과, 응급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시작되어 점차 다양한 전문과목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방 대학병원의 한 외과 과장은 "수도권 대학병원들의 러브콜 공세로 지방 의사들의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며 "지방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표현했다.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여러 통계를 통해 이미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의료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의사 중 38.1%가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수도권 전체(서울, 경기, 인천)로 확대하면 2020년 기준 전체 의사의 64.2%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방의 의사 인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부산, 대구, 경남, 경북, 광주, 전북 등 대부분의 지방 도시에서 의사 비중이 감소했으며, 울산의 경우 근무 의사 비중이 2.0%에서 0.9%로 급감하여 100명 중 1명 꼴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신규 의사들의 수도권 선호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2022년 의대 졸업생의 60.7%가 수도권에 취업했으며, 특히 서울 지역 취업자가 47.4%에 달했다.

최근의 의정 갈등 사태로 인해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지방 국립대 병원 교수들의 사직도 크게 증가했다. 2024년 상반기에만 223명의 국립대병원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특히 강원대병원, 충남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등 비수도권 지역 병원들의 교수 사직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 의료 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 지방 대학병원 원장은 "젊은 의사들의 수도권 선호는 이미 오래된 현상이지만, 중년 교수들까지 지역을 이탈하는 상황은 당혹스럽다"며 "지방 대학병원들이 진료, 교육, 연구라는 제 기능을 언제까지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방 의료 인프라 확충, 지방 근무 의사들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지역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다각도의 접근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 정책 수립 시 지역 간 균형을 고려해야 하며,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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