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곳 응급실 진료 거부에 2살 아이 의식불명... "의료 체계 개선 시급"

"의료진 없다" 연이은 거부에 악화일로... 119 신고 1시간 넘게 병원 못 찾아
소방청 "올 상반기 4차례 이상 재이송 17건"... 의료 체계 허점 드러나
전문가들 "응급실 의료진 확충·병원 간 협력 강화 시급"... 제도 개선 촉구

지난달 3일, 갑작스러운 고열과 경련 증상을 보인 2살 A 양이 11곳의 응급실로부터 연이어 진료 거부를 당해 결국 뇌 손상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KBS 보도에 따르면, 당일 오후 8시 40분경 A 양의 부모는 아이의 위급한 상태를 인지하고 즉시 119에 신고했다. 10여 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신속히 환자를 이송하려 했으나, 수도권 서남부 권역의 병원 응급실들이 잇따라 환자 수용을 거부하면서 병원으로 출발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구급차에 동승한 A 양의 어머니는 "아이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는 것을 보면서 병원 측에 울면서 받아달라고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0여 곳의 병원이 진료를 거부한 끝에, 119 신고 시점으로부터 한 시간 이상이 지나서야 한 병원에서 응급진료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이송을 시작했다.

병원에 도착해 응급치료로 경련은 멈췄으나, A 양은 이미 뇌 손상을 입어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식불명 상태라고 한다.

대부분의 병원들은 '진료할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이송을 거부했다. 한 소아응급실 운영 병원은 소아과 의사는 있었지만 '소아신경과' 담당의가 없다며 환자를 받지 않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병원의 거부로 4차례 이상 환자를 재이송한 사례가 17건에 달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응급의료 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요 개선 방안으로는 ▲응급실 당직 의료진 확충 ▲병원 간 협력 체계 강화 ▲응급의료 정보센터의 기능 강화 ▲응급 상황 시 의료진의 협진 체계 개선 ▲응급환자 진료 거부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이 제시됐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응급의료 체계의 심각한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에서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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