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도 의료진 과실 인정 안 해…초기 증상만으로 뇌수막염 진단 어려워
환자 측 "주의 의무 소홀" 주장…법원은 "적절한 처치" 판단
의료계의 현실과 법적 판단의 한계…중증 질환 초기 진단의 어려움
뇌수막염 진단이 지연되어 인지기능 저하와 뇌전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 소아환자와 관련해,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 또한 의료진에게 과실이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의료진의 진료 과정에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초기 증상만으로는 뇌수막염을 의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 “의료진 과실 없다”…2심도 손해배상청구 기각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7-3민사부(재판장 오영준)는 지난 29일 환자 A씨와 보호자들이 학교법인 B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의료진의 진료 과정에 과실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은 "의료진은 A씨가 병원을 처음 방문한 2017년 9월 26일부터 구체적인 문진과 신체검진 등을 통해 증상에 상응하는 처치를 진행했다"며 "당시 환자는 단순 발열, 처짐, 복통, 구토, 피부 발진 등의 증상을 보였으나, 신경학적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뇌수막염을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7년 9월 26일 기침, 가래 등의 증상으로 학교법인 B가 운영하는 병원의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했다. 당시 의료진은 흉부와 부비동 엑스레이 검사를 실시하고 기관지염으로 진단하여 경구 항생제와 기침약을 처방했다. 이후 A씨는 10월 8일 발열로 다시 병원을 찾았고, 의료진은 급성 편도염으로 진단한 뒤 소염제와 해열제를 처방했다. 10월 9일에도 A씨는 발열, 구토, 피부 발진 등을 호소하며 병원을 방문했고, 의료진은 급성 편도염과 비이러스성 발진으로 추정해 치료를 이어갔다.
10월 10일, A씨는 여전히 구토와 복통 증상을 보였으며, 의료진은 항생제와 해열제 등을 처방했다. 11일에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흉부 및 복부 엑스레이 검사, 복부 CT 검사, 혈액검사, 소변검사, 대변검사, 바이러스 검사 등을 실시한 후,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감소와 간 수치 상승을 확인하고 전염성 단핵구증을 의심하며 A씨를 입원시켰다.
하지만 10월 12일 A씨에게 갑작스러운 의식저하와 경련이 발생했고, 이에 의료진은 즉각적인 응급처치 후 집중치료실에서 추가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뇌수막염이 의심되어 항경련제, 광범위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면역글로불린, 스테로이드, 뇌압강하제 등이 투여되었다. 이후 A씨는 뇌염 및 뇌수막염을 추정 진단받고 인근 병원으로 전원됐으나, 현재 인지기능 저하와 뇌전증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원고 측 “주의 의무 소홀했다” 주장…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아
이에 A씨와 보호자들은 의료진이 적절한 진료를 하지 않아 상태가 악화됐다며 14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원고 측은 “A씨가 9월 26일부터 10월 10일까지 병원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의료진은 각종 증상이 호전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면밀한 신체검진과 다양한 질환의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의료진이 소극적인 진료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원고 측은 “감염성 단핵구증은 신경계 합병증으로 뇌수막염이나 뇌염 등이 동반될 가능성이 있는데, 조기에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아 상태가 악화되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인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소아청소년과 및 응급실에 방문했을 당시 뇌염이나 뇌수막염을 의심할만한 특이 소견이 없었고, 모든 감염성 단핵구증 환자에게 수막염 검사를 해야 한다는 권고사항도 없었다”며,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한, A씨가 입원 후에도 의료진은 한 시간 단위로 체온 등 활력징후를 확인했으며, 경련 발생 5분 후 즉시 항경련제를 투여하는 등 응급처치를 적절히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판결도 의료진 무과실 판결…“초기 증상만으로는 뇌수막염 진단 어려워”
1심 판결에 불복한 환자 측은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 역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병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의료진은 구체적인 문진과 신체검진을 통해 증상에 따른 처치를 진행해왔으며, 당시 신경학적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한 발열, 처짐, 복통, 구토, 피부 발진 등의 증상만으로는 뇌수막염을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A씨의 진료기록을 검토한 결과, "환자가 약을 먹기 어려워하거나 처지는 증상을 보였으나, 의식은 명료한 상태로 기록되어 있어 뇌수막염을 의심할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집중치료실에서의 응급처치 역시 적절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원고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2심에서도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뇌수막염 진단의 어려움과 의료진 판단의 한계
의료진은 A씨의 초기 증상이 뇌수막염과 같은 중증 질환을 시사하는 신경학적 특이소견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 상황에서 가능한 최선의 처치를 진행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이처럼 의료진이 환자의 증상에 따라 적절한 처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중증 질환이 진단되었을 때, 그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하는가에 대한 법적 판단은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
환자 보호자들의 반발과 의료계의 어려움
환자 측은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패소한 판결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A씨의 보호자들은 "아이가 선천적 질환이나 기형 없이 정상적으로 발달하던 소아였으며, 인지장애와 뇌전증 같은 증상은 의료진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법원은 의료진이 당시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진료했음을 강조하며, 의료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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