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병원이 돈만 내면 의료 마약류인 프로포폴을 무제한으로 투약해 주는 방식으로 거액을 벌어들인 사건이 적발됐다.

이 병원에서는 7개월 동안 15억 원 상당의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판매하고 투약했으며, 이에 연루된 병원 관계자들과 중독자들이 대거 검거됐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팀장 김보성 강력범죄수사부장)은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A의원의 개설자 이모 씨(73), 의사 서모 씨(64), 상담실장 장모 씨(28), 그리고 폭력조직원 김모 씨(38) 등 총 6명과 불법 투약자 1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와 더불어 다른 불법 투약자 23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됐으며, 이 범행의 총책으로 지목된 윤모 씨(47)는 현재 도주 중으로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2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와의 협력으로 서울 소재에서 프로포폴을 오남용한 병원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포착하면서 수사가 시작되었다. A의원 관계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417회에 걸쳐 총 14억 5,800만 원 상당의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은 철저히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졌다. 총책 윤 씨는 브로커를 통해 병원 개설자인 이 씨와 의사 서 씨를 섭외했으며, 상담실장 장 씨는 과거 불법 투약으로 적발된 병원에서 일하던 시절 모아두었던 중독자 명단을 이용해 범행을 계획했다.

장 씨는 이러한 명단을 기반으로 중독자들에게 연락을 취했고, A의원은 이들에게 무제한 투약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돈을 챙겼다.

A의원에서 프로포폴 투약은 시간당 100만 원의 대가를 받았으며, 투약량과 시간은 중독자의 요구에 따라 결정됐다. 장 씨가 결제 금액에 맞춰 투약량을 결정하면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감독 없이 주사를 놓았으며, 가명으로 주사를 맞는 것도 가능했다. 예를 들어, '딸기', '포도' 등의 가명으로 실명이 아닌 이름으로 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

한 중독자의 경우 하루 최대 결제 금액이 1,860만 원에 달하기도 했으며, 또 다른 중독자는 10시간 24분 동안 주사를 맞은 사례도 있었다. 병원 주변의 CCTV 영상에는 병원에서 6시간가량 프로포폴을 투약한 여성이 직접 차를 운전해 떠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심야 시간대인 오후 10시 30분부터 새벽 4시 50분까지 투약이 이루어진 경우도 있었으며, 이는 단순한 치료의 목적을 넘어 중독자들을 겨냥한 불법 행위임을 보여준다.

통상 병원 내 불법 투약은 피부 시술 등 의료 목적을 가장하지만, A의원의 경우 어떠한 의료 행위도 제공되지 않았다. 병원 내 '피부관리실'로 불리는 공간에서는 오로지 프로포폴 투약만이 이루어졌으며, 그 외의 의료 행위는 전혀 없었다. 이는 병원이라는 명목 아래 불법적인 마약 사용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졌음을 시사한다.

또한, A의원 관계자들은 보건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의사, 사무장, 의료기관 개설자까지 모두 범행에 가담했으며, 중독자들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폭력조직원 김 씨가 자금 관리책 역할을 하며 의원에 상주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체계적인 조직 구성을 통해 A의원은 감시망을 피해 불법 투약을 지속적으로 운영했다.

의사 서 씨는 범행을 감추기 위해 총책 윤 씨 등이 확보한 260명 명단을 이용해 마치 이들에게 의료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처방하고 투약한 것처럼 속여 총 873회에 걸쳐 식약처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허위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허위 보고는 보건 당국의 감시를 피하고, 범행의 흔적을 숨기기 위해 치밀하게 이루어졌다.

의료용 마약류의 불법 유통은 그 성격상 의료 행위와 결합되어 적발이 매우 어렵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해 올해 2월부터 '의료용 마약류 전문 수사팀'을 구성하고 전담 수사를 진행해 왔다. 식약처와의 협조를 통해 프로포폴 오남용 병원의 처방 내역 등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A의원의 불법 행위 단서를 확보할 수 있었다.

A의원을 범행 현장으로 특정한 후, 검찰은 수사를 통해 상담실장 장 씨 등 4명을 10일 만에 검거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이후 4개월에 걸쳐 총 32명을 적발했다. 검찰은 이러한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불법 마약류 유통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수사 중 확인된 에토미데이트의 의존성 등을 고려해 해당 물질을 마약류로 지정할 것을 적극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식약처와 협력하여 의료용 마약류의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앞으로도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