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 처방에 면허 정지한 복지부... 법원, "치의사 탈모약 본인 처방, 면허정지 부당"

"자신에게 한 의료행위, 의료법 위반으로 보기 어려워"
복지부 처분 재량권 일탈 지적…치과의사 A씨 승소
법조계 "개인 의료 선택권 폭넓게 인정한 판결" 평가

본인이 운영하는 의원에서 탈모치료를 위해 스스로 전문의약품을 처방한 치과의사에 대해 내려진 면허자격정지 처분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김순열)는 치과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면허자격정지 1개월 15일의 처분을 받았다. A씨가 성인 남성형 탈모증 치료 전문의약품인 '대응바이오피나스테리드정(1mg)' 496정을 자신이 운영하는 의원을 통해 구매하고 복용했다는 이유였다.

복지부는 이를 두고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며 "의료법 제27조 1항에서 정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현행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복지부는 1년 이내의 면허정지 처분도 가능하다.

하지만 A씨는 "자신에게 스스로 약을 복용한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며 처분 취소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의료법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규제하는 목적은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본인의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이 같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목적으로 약을 투여하는 것은 의료행위에 해당하지만, 본인 스스로를 대상으로 한 의료행위까지 의료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를 규제하는 취지는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 공중보건 위생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자신에게 하는 의료행위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영역에 속하므로 의료법 규제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의 신체에 대한 결정권은 헌법상 행복추구권에도 포함된 권리"라며 "비의료인이 스스로 판단해 약을 복용하거나 상처를 치료하는 행위가 빈번히 발생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의료인이 자신의 신체에 행한 의료행위를 무면허 행위로 규정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복지부가 제기한 "전문의약품의 부적절한 관리 우려"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전문의약품 구매 자체는 의료행위로 볼 수 없어 면허정지 처분 근거로 삼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이 개인의 의료 선택권을 폭넓게 인정한 의미 있는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이번 판결로 인해 유사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향후 의료행위 규정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