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공사에 의료기관 개설권 부여하는 의료법 개정안 발의
의료계 “병상 공급제한 지역에 공공기관 병원 설립은 모순”
복지부·국회도 신중론…“영리화 우려, 공공의료 체계로 대응 가능”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병원 설립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자, 의료계와 정부가 강한 우려를 표하며 신중한 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개정안은 공항 인근 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이지만, 병상 과잉 지역에서 공공기관이 병원을 개설하는 것은 정책 기조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의료기관 개설 주체에 공공기관운영법상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포함시켜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직접 의료기관을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허 의원은 연간 1억 명이 넘는 이용객을 수용하는 세계적 규모의 공항에 비해 의료 인프라가 지나치게 빈약하다는 점을 법안 발의 이유로 들었다.
특히 허 의원은 대형 항공사고, 감염병 발생 등의 재난 상황에서 인근에 종합병원이 없는 현실을 지적하며, 신속한 대응을 위해 공항공사가 직접 의료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 인근에는 종합병원이 존재하지 않으며, 가장 가까운 병원도 30km 이상 떨어져 있다는 점이 보완의 필요성으로 언급됐다.
그러나 의료계는 해당 개정안이 현재의 병상 수급 정책과 배치되며, 장기적으로는 의료체계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해 치과의사협회, 약사회, 간호조무사협회 등 주요 직역 단체들은 반대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이들은 특히 인천공항이 위치한 인천시와 중부권이 정부의 병상 공급제한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는 점을 들어, 공공기관이라 해도 병원 개설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항공재난이나 감염병 대응은 기존 의료기관과 응급의료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공공병원의 실효성이 이미 여러 사례에서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공공병원이 실질적인 역할 없이 자원만 낭비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 역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복지부는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 설립 권한이 있는 자가 공항 인근에 의료기관을 설립하면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반드시 공기업을 개설 주체로 포함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또 모든 공기업에 의료기관 개설권이 부여될 경우, 불필요한 공공병원 증가와 의료영리화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 역시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공기업을 의료기관 개설 주체로 추가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석전문위원은 “공기업은 기본적으로 수익 창출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영리적 요소가 강하다”며, “현행법상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이 금지돼 있는 체계와의 정합성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가진 공기업이 의료기관을 운영할 경우, 의료서비스의 공공성 훼손과 사무장병원 같은 불법 구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의료계와 제도권의 공통된 우려다.
이번 개정안은 보건의료 인프라 확충이라는 긍정적 목적에도 불구하고, 병상 과잉 문제, 제도적 정합성, 의료체계 혼란 등 복잡한 변수를 내포하고 있는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심도 있는 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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