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인상된 시멘트값…커지는 레미콘 업계 고충

- 건설사는 자칫 기자재 가격 연쇄 인상 현상이 발생할까 우려 중
-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큰 만큼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조정과 지원이 필요

최근 시멘트업계에서 제품가격 인상을 추진하면서 레미콘업체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건설경기 회복으로 외형은 다시 확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 가격이 작년에 이어 다시 한번 인상된다. 시멘트 주원료인 유연탄 가격이 계속 오름세를 보이는 데다 운임료마저 오르면서다. 이번 시멘트 가격 인상에 레미콘 업계는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다. 레미콘 업체의 주 고객사인 건설사가 시멘트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줄지 미지수여서다. 건설사는 레미콘 업체의 가격 인상분을 받아들이면 다른 건설 기자재 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요구할까 우려하고 있다.



◆ 레미콘이란?
레미콘(REMICON)은 'Ready Mixed Concrete'의 약자로 아직 굳지 않은 콘크리트를 의미한다. 시멘트, 골재, 혼화제 등의 재료를 콘크리트 생산공장에서 제조한 후 트럭믹서(Truck Mixer)로 공사현장까지 운반된다. 콘크리트가 굳기 전에 운방해야 되는 특성상 '지역형 산업'으로 불린다. 제품 생산 후 레미콘 트럭은 90분, 덤프트럭은 6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까지가 영업권이다.

◆ 원재료 리스크 겪고 있는 레미콘 업계
레미콘 시장은 건설업의 후방산업으로 건설경기에 따라 등락이 결정된다. 정부의 대규모 토목공사를 비롯해 새로운 신도시가 조성되는 상황 속 호황을 누린다. 건설업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의미다.

현재 건설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2022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건설 경기는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상반기 집계액과 하반기 전망치를 합산한 2021년 건설수주액은 214조4000억원으로, 전년(194조1000억원) 대비 10.5% 증가해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경기의 호황은 레미콘업계의 훈풍을 예고하고 있지만, 원재료 리스크가 남은 실정이다. 시멘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시멘트는 레미콘의 주요 원재료 중 하나다. 레미콘 원가에서 시멘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대부분의 시멘트업체들은 레미콘회사를 보유했다는 점으로 봤을 때 레미콘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 시멘트값, 잦은 인상의 이유는?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시멘트업체인 쌍용C&E는 다음달부터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1톤(t)당 7만8800원에서 9만3000원으로 18% 인상한다. 작년 7월 5.1% 인상한 이후, 약 7개월 만의 재인상이다. 한일시멘트, 삼표시멘트 등 다른 시멘트 업체들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을 보인다.

시멘트 업계가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는 이유는 주원료인 유연탄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서다. 국내 시멘트 업계는 유연탄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 1년 사이 가격이 급등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유연탄 가격은 1톤당 175.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67.7% 급등한 수치다.

유연탄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 운임료가 오른 것도 한몫했다. 전 세계 벌크선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5일 2289포인트로 전년동기대비 69.9% 상승했다. 최고치를 기록했던 작년 10월(5647 포인트) 이후, 운임지수가 크게 하락했지만 작년 초에 비하면 여전히 약 1000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다.

◆ 불가피한 출혈경쟁의 염려
시멘트 가격 인상에 가장 당황하는 곳은 레미콘 업체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시멘트 가격 인상에 현재 업계는 벙찐 상태"라며 "원자재, 운임료 상승으로 시멘트 업계가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인상폭이 지나치게 크다"고 토로했다.

레미콘 업체는 시멘트와 모래 등을 섞어 콘크리트를 제작한 뒤 건설사에 공급하는 중간상 역할을 수행한다. 콘크리트의 주원료인 시멘트 가격이 7개월 사이 18% 인상되니 레미콘 업체 입장에선 건설사에 납품하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업계가 18% 인상을 통보한 만큼 레미콘 업체도 두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그런데 건설사가 가격 인상분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이어 "레미콘 시장은 국내에 약 1000여개의 업체가 있을 만큼 레드오션 시장이다. 업체 간 불필요한 출혈경쟁이 펼쳐질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건설사 입장에선 콘크리트 가격 인상이 반가울 리 없다. 업계에 따르면 레미콘조합은 작년 12월 건설사들과 올해 치 콘크리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레미콘 업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사실상 두달 만에 가격이 재인상되는 상황이다.


◆ 기자재값 도미노 인상 우려
건설사는 자칫 기자재 가격 연쇄 인상 현상이 발생할까 우려 중이다. 레미콘 업체와 공급 계약을 재체결하게 되면 다른 기자재 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서다. 콘크리트 가격 인상분이 전체 건설 비용에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음에도 건설사가 쉽사리 재계약에 나서지 않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아파트를 짓는 비용 중 콘크리트 가격이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지만 만약 레미콘 업체와 공급 재계약을 체결하면 다른 기자재 업체도 가격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유통가격, 인건비 등 비용이 연쇄적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고 결국 분양가도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원자재값 인상 요인은 일부 인정하지만 너무 과도한 인상은 원가에 큰 부담이 된다"며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큰 만큼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조정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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