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은 의사의 설명 의무는 환자가 수술 여부를 판단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돼야 판시
-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설명 의무가 이행됐는지는 의료행위의 내용과 방법, 위험성·긴급성의 정도, 환자의 상태 등을 따져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
의료행위 전에 의사가 환자에게 위험성을 알려줬더라도 수술 여부를 숙고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면 설명 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환자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의사가 환자에게 의사를 결정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을 한 다음 곧바로 의료행위로 나아간다면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를 침해한 것"이라며 "의사의 설명 의무가 이행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그 의료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을 환자 스스로 숙고하고, 필요하다면 가족 등 주변 사람과 상의하고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환자에게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설명 의무가 이행됐는지는 의료행위의 내용과 방법, 위험성·긴급성의 정도, 환자의 상태 등을 따져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사건 개요
A씨는 2018년 요통·근력저하 등을 앓다 B씨 병원 척추센터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은 날 오후 A씨는 의사 표현에 어려움이 생기고 왼쪽 팔다리 근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생겼다.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는 뇌경색이 발견됐다. A씨는 수술 후 인지장애와 왼쪽 마비로 생활에 지장을 겪고 있으며 스스로 대소변을 조절·관리할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수술 전 경동맥 협착 때문에 이미 뇌졸중 위험이 높았는데도 의료진이 별다른 조치 없이 수술했고, 뇌경색 발병 후에도 관리를 게을리해 치료할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4억여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 법원의 판결은?
1, 2심은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은 B씨 병원이 위험도 평가 등을 거쳐 수술을 결정했고 A씨도 적극적인 치료를 원했다는 점과 의료진이 경과 관찰을 경시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을 들어 병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의료진이 수술로 인한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고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병원 내과 의사가 수술 당일 검사 후 A씨의 보호자에게 '동맥경화가 없는 사람들보다 뇌졸중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기 때문에 설명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의 판단도 같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의사의 설명 의무는 환자가 수술 여부를 판단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돼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환자가 의료 행위에 응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그 의료 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을 환자 스스로 숙고하고, 필요하다면 가족 등 주변 사람과 상의하고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주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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