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아동이 의료기관에서 출생함에 따라 출생신고 누락에 따른 아동의 인권 침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 의료계는 갈수록 분만 의료기관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실정에서 지원은 해주지 못할 망정 오히려 규제를 더 늘리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
정부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투명인간’으로 지내는 아이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출생 사실을 신고하게 하는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신생아에 대한 ‘출생통보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가족관계의 동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법무부는 4일 해당 개정법률안을 4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출생 통보 의무를 지게 될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어 수가 보전 등 당근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말 제주도 세 자매(24·22·15세)가 출생신고 없이 20년 넘게 살아온 사실이 아버지 사망신고 시 발견돼 사회적 문제가 됐었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거나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개정안은 출생한 의료기관 장이 시, 읍, 면의 장에게 아이의 출생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또 시, 읍, 면 장은 출생신고가 됐는지를 확인해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을 경우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을 기록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의료기관 분만이 99.6%에 달하는 등 대부분 아동이 의료기관에서 출생함에 따라 출생신고 누락에 따른 아동의 인권 침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개정안을 신속하게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출생 통보 의무를 지게 될 일선 산부인과 병의원들에선 벌써부터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 산부인과 내원 기피 우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지난해 의견서를 통해 “심평원은 수가청구 등 시스템인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EMR) 프로그램과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에 출산 관련 청구코드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이를 이용해 출산증명서를 출생 후 50일 이내에 대법원 가족관계등록시스템으로 전송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출산통보를 의료기관에서 할 경우 출생신고를 기피하는 산모들이 산부인과의 내원을 기피하게 된다. 자칫 산전 관리를 하지 않고 더욱 음성적인 출산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심평원은 기존의 청구 시스템을 통해 출산 후 퇴원한 산모에 대한 분만 사실을 분만 관련 코드를 이용해 대법원에 전송하면 출생신고 누락자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의료기관에서는 청구를 취합해 한번에 몰아서 하는 경우가 다수이므로 기한을 50일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책임 문제도 명확히 설정해야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도 “행정 업무를 의료기관에 떠맡기는 셈”이라며 “행정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들에서도 출생신고 업무 과정에서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의료기관들이 혹여나 실수가 발생할 때 책임을 져야 하는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아도 분만 의료기관이 사라지고 있는 실정인데 지원은 해주지 못할 망정 왜 규제를 더 늘리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 회장은 "법률 개정안이 출생신고 누락으로 인한 아동인권 침해 방지라는 당초 취지를 달성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라며 "의료기관의 출생통보를 의무화해버리면 출생을 숨기고 싶은 사람들은 집이나 사설기관에서 아이를 낳게 될 수 있고, 오히려 국민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법원행정처 가족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출생신고 미이행 과태료 고지 건수 9578건 가운데 납입 건수는 5666건이다. 이를 토대로 아직 과태료를 내지 않은 3912명의 아동이 출생 신고가 안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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