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족측, 경련 후 2시간이 경과된 후에야 혈압강하제를 투여하는 등 즉각적인 치료가 없었다고 주장
- 법원, 뇌출혈 확인 후 적절한 진단 및 치료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 원고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임
최근 환자의 뇌출혈이 확인된 후에도 뇌 MRI와 뇌CT 검사만을 반복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병원에 대해 2억 여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일 서울고등법원 9민사부(재판장 손철우)는 두통으로 입원했다가 뇌출혈로 사망한 A씨 유가족이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B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며 2억 3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 사건 개요
두통과 고열 증상을 겪던 A씨는 2015년 12월3일 B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뇌신경센터에서 외래 진료를 받았다. 의료진은 A씨에게 뇌 CT검사를 실시했으나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고, 뇌수막염을 의심할 만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A씨를 입원시키고, 뇌척수액 검사를 실시했다. A씨는 12월5일 저녁 무렵까지 두통을 호소했는데, 의료진은 다음날 뇌 MRI, MRA검사를 통해 A씨가 뇌수막염에 감염된 것으로 진단한 후 이에 관한 보존적, 대증적 치료를 시행했다. 의료진은 A씨의 증상이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자 퇴원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12월10일 23시05분쯤 병원 입원실에서 A씨가 눈을 감은 상태로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사지강직이 일어났다. 의료진은 23시54분쯤 CT검사를 통해 A씨의 지주막하출혈, 뇌실내출혈 소견을 확인했고, 이튿날 0시55분쯤 뇌 MRI검사를 통해 지주막하출혈 소견을 재차 확인했다. 또 1시33분쯤 다시 실시한 뇌 CT검사를 통해 지주막하출혈, 뇌실내출혈의 범위가 확장된 것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감압개두술과 후두하 두개골 절제술을 시행했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이튿날 새벽께 다시 뇌 CT 검사를 실시한 의료진은 A씨의 지주막하출혈이 더욱 심각해졌을 뿐만 아니라 소뇌와 뇌실에 내출혈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A씨에게 뇌실외배액술과 혈종제거술을 시행했지만 A씨는 지주막하출혈로 인한 중증뇌부종으로 발생한 뇌연수마비로 결국 사망했다.
◆ 1심 재판, 적절한 진단 및 치료가 이뤄지지 못한 점 인정
이에 A씨의 유족 측은 이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병원 측이 A씨의 경련 발생을 전후로 부적절한 치료 및 치료 지연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경련 후 2시간이 경과된 후에야 혈압강하제를 투여하는 등 즉각적인 치료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또 병원이 A씨의 PCR검사 등에서 세균이나 진균이 검출되지 않았으므로 뇌수막염이 아닌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고려하는 진단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점도 지목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 측의 이러한 주장들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모두 배척했다. 하지만 A씨의 뇌출혈 확인 후 적절한 진단 및 치료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를 종합하면, 의료진은 뇌 CT검사를 통해 지주막하출혈, 뇌실내출혈 소견을 확인한 후 MRI와 CT 검사만을 반복했고, 망인의 생명 징후가 악화되고 대량 출혈이 발생했는데도 치료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사정에 비춰 보면 의료진이 망인의 뇌출혈을 확인한 후 적절하게 진단 및 치료에 나서지 않은 과실을 인정할 수 있고,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단, 초기 경련 전후 조치 등에 대해선 과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 2심 재판부, 의료과실 인정
2심 재판부도 "이 같은 의료진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당시 A씨의 상태가 ▲지주막하 출혈과 함께 뇌실내출혈이 동반된 상태였던 점 ▲지주막하 출혈로 인한 급성 뇌압 상승으로 뇌간마비로 인한 사망에 이를 위험성이 높았던 점 ▲합병증 발생으로 급격히 예후가 나빠질 소지가 많았던 상태였던 점 등을 고려해 병원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이러한 이유로 재판부는 재판부는 병원 측이 A씨 유족에게 합계 2억 3000여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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