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진화하는 코로나 검사 방법...'후~' 불면 3분 내 진단

- 세계 최소침습검사 시장은 2019년 1조3000억원에서 2027년 4조9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
- 날숨만으로 확진자를 가려낼 수 있다면, 감염병 대응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든 코로나19가 슬슬 엔디믹을 향해 나아가면서 그 진단법도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PCR검사, 자가진단키트 등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음주측정기처럼 입으로 바람을 불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 장비가 나왔다. 장비와 연결된 빨대에 바람을 불어 넣으면 3분 만에 음성·양성 판별이 가능하며, 민감도·특이도 또한 90% 이상이다.


호흡 검사법은 상용화될 경우 암·폐질환 스크리닝 도구 등 곳곳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 받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활용 전 정확도나 안전성에 대한 추가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갈수록 진화하는 코로나19 검사법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4일 ‘InspectIR 코로나19 호흡측정기’를 긴급사용 승인했다. 미국 InspectIR이 개발한 이 검사 장비는 ‘가스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별한다.

방법은 매우 간편하다. 가는 빨대 같은 장비에 숨을 불어넣으면 작은 서류가방 크기의 질량분석기가 화합물(유기가스)을 검사해 3분 안에 감염 여부를 알려준다.

반면 정확도는 매우 높다. 코로나19 감염자를 양성으로 판정할 확률은 91.2%, 비감염자를 음성으로 판정할 확률은 99.3%다. FDA는 이 기기를 코로나19 위험 환자 등을 가려내는 스크리닝 용도로 사용하도록 했다.


대마 성분 의약품인 오피오이드 사용 여부 등을 확인하는 휴대용 장비를 개발하던 업체인 InspectIR은 호흡기 속 유기화합물을 검사하는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진단 장비를 개발했다. FDA는 미국에서 매달 6만4000건의 코로나19 검사를 이 기기로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FDA는 “(호흡측정 검사)장비의 양성 결과는 여전히 ‘추정’으로 간주되고 PCR검사로 추가 확인돼야 한다”며 호흡측정기를 사용하더라도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개발사는 매주 약 100개씩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 측은 “요양원, 교도소나 학교, 여행업계 등 대규모 검사가 필요한 기업·산업 내에서 장비에 대한 수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커지는 호흡측정기 시장

코로나19 감염 여부 판별에 활용되는 타액·호흡 검사는 모두 조직을 직접 떼어내지 않고 질환을 확인하는 최소침습검사로 불린다. 세계 최소침습검사 시장은 2019년 1조3000억원에서 2027년 4조9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은 혈액 속 단백질 조각 등을 확인하는 액체생검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앞으로 호흡 검사 등의 활용도 늘 것이란 평가다.


코로나19 호흡측정기 개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국, 네덜란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여러 회사가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실제 승인 후 제품이 출시·사용되기도 했다.


코로나19 호흡 검사 장비를 세계에서 처음 내놓은 곳은 싱가포르국립대 스핀오프 기업인 브리소닉스다. 지난해 현지에서 사용승인을 받았다. 국내 기업도 뛰어들었다. 국동은 자회사 쎌트로이와 함께 날숨포집기(KD-BTM S)를 개발하고 있다.

인스펙트아이알이 다섯 가지 화합물을 분석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것과 달리 이 장비는 비말 속 바이러스를 채집해 감염 여부를 직접 확인한다. 호흡 검사법의 편의성과 PCR(유전자증폭)·항체진단의 정확성을 결합한 형태다. 오창규 국동 대표는 “비말 속 바이러스를 포집하는 방식은 감염세포가 만든 유기가스를 확인하는 것보다 정확도가 높다”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일정량 이상의 바이러스를 포집하는 기술도 개발했다”고 했다.

국내 진단 기업들은 타액 검사법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면봉으로 콧속 세포를 채집하는 비인두도말 방식에 비해 검사 편의성이 높아서다. 피씨엘, 바디텍메드, 에스디바이오센서 등이 침을 활용한 항원검사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피씨엘은 최근 캐나다 보건부로부터 타액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 허가를 받았다. 바디텍메드도 유럽 판매를 위한 인증을 받는 등 유럽 진출 준비를 마쳤다. 다만 타액이나 호흡을 활용한 코로나19 검사기기 중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용 승인을 받은 제품은 없다.


◆ 감염병 대응 여건 획기적 개선

전문가들은 이들 제품이 실제로 높은 정확도를 보일 경우 검사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PCR검사는 물론 신속항원검사나 자가검사보다도 검사 시간이 짧고, 코를 찌르는 과정 역시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코로나19가 풍토병화 되어가는 시점에서 날숨만으로 확진자를 가려낼 수 있다면, 감염병 대응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혁민 교수는 “공항, 공연장과 같이 사람들이 대규모로 들어오고 나가는 현장에서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감염병 관리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며 “병원에서 증상 여부를 빨리 확인하게 되면서, 환자들의 병원 방문이나 진료가 원활해지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실제 정확도 떨어질 가능성… 안전성·생산 우려도
다만 호흡을 이용한 검사 장비가 실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았다. 우선 실험실이 아닌 현장에서 민감도와 특이도를 입증해야 한다. 실제 네덜란드의 경우 ‘스피로노즈(SpiroNose)’라는 이름의 호흡측정기를 전국 각지에 도입했으나, 일부 환자들의 위음성 사례가 이어지면서 사용을 중단하기도 했다.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피검사자들이 호흡 검사 전 섭취한 음식물로 인해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InspectIR 역시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검사 전 15분 동안 음식물을 먹거나 흡연을 해선 안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이혁민 교수는 “대부분 호흡측정기는 감염자가 호흡을 통해 내뿜는 바이러스가 아닌, 감염으로 인해 바뀐 인체 대사를 분석해 감염 여부를 판별한다”며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 있거나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호흡기 감염 질환이 있어도 양성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흘러 호흡기 감염 질환 내에서 코로나19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다른 질환이 늘어난다면 판별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대규모 공급을 위한 생산 문제도 숙제
FDA 승인을 받은 InspectIR 호흡측정기의 경우 각 기계가 시간 당 약 20개 샘플을 처리할 수 있다. 나라 별로 매일 수천, 수만 건 이상 검사가 이뤄지는 점을 고려한다면 대규모 생산·공급이 이뤄져야 하지만, 개발사는 아직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정도의 인프라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밖에 안전한 제품 사용을 위해 위생·감염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교수는 “검사를 위해 내뱉는 숨에 바이러스가 포함될 수 있으므로, 숨이 외부로 흩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성능에 대한 정확한 검증이 이뤄진 후에는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표준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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