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회적으로 문진(問診)을 행하였거나 약물(藥物)을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진찰 및 처방으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 법원의 행정처분과 대한의사협회의 징계를 중복하여 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도 아니한다고 판단
불면 증상을 호소하는 가족에게 집에서 불면증 치료제인 졸피뎀을 건넨 의사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 법원은 정지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2022년 4월 14일 의사인 원고가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처남에게 ‘졸피뎀’을 교부한 행위에 대해 피고(보건복지부장관)가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을 처분한 것이 의료법 제66조 등 규정에 위반된다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아 적법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2021구합63495).
◆ 사건 개요
원고(정형외과 전문의)는 마약류취급의료업자로서, 2018년 2월 3일 오후 8시경 원고의 주거지에서 처남인 K가 사업 준비로 피곤하여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원고가 처방받아 보관하고 있던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7정을 위 K에게 주었다. 이로써 원고는 처방전에 따르지 아니하고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제공했다.
이와관련, 원고(피고인)는 2019년 6월 20일 범죄사실[(아내 상해, 처남에게 졸피뎀 제공-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이 모두 유죄로 인정돼 벌금 1,000만 원 및 몰수형을 선고받았고 2019년 6월 28일 원고의 항소취하로 확정됐다.
한편 피고(보건복지부장관)는 2021년 2월 22일 원고에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2021.8.40~2021.9.3.)의 처분을 했다. 현행 관련법은 마약류취급의료업자가 처방전에 따르지 않고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거나 투약하기 위해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진찰 등 행위를 하는 것 역시 허락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원고는 이에 불복해 피고를 상대로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처분사유의 부존재('진료행위' 또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품위손상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로서 대한의사협회 내부 징계대상 행위에 불과)하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 재판부, 졸피뎀 교부를 진찰 및 처방으로 보아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가 K에게 졸피뎀 7정을 제공한 행위는 이 사건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에서 말하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비록 원고가 1회적으로 문진(問診)을 행하였거나 약물(藥物)을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진찰 및 처방으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졸피뎀은 그 자체로 의료인이 아니면 취급할 수 없는 마약류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할 뿐 아니라, 진료행위에 해당하는 처방 및 의료행위가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그 교부 장소가 주거지였다거나 처남 등 가족에게 무상으로 교부된 것이었는지 여부에 따라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원고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K에게 위와 같은 위험성을 가진 졸피뎀 7정(총 70㎎ 이상 교부되었을 것으로 추정)을 별다른 복약방법이나 투약용량, 부작용 등 필요한 사항에 대한 지도·설명조차 없이 교부했다는 사정 자체가 의사에게 요구되는 선량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평가할 수 없고, 그 의료인으로서의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비난받아 마땅한 비도덕적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처분에 앞서 원고의 ‘품위 손상의 정도가 심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앞서 본 정관 등 규정에 의한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거나, 자체 징계대상인지 여부를 먼저 검토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이 피고의 의료법 제66조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에 어떠한 절차적 하자가 된다고 볼 수 없다(행정처분과 대한의사협회의 징계를 중복하여 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도 아니한다)며 이부분 원고의 주장도 이유없다고 배척했다.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졸피뎀은 그 특성상 오·남용의 우려가 있고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의료질서를 훼손하므로 이를 임의로 반출하는 등의 행위는 의사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로서 엄격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 보호, 의료질서의 확립, 의료인의 윤리의식과 책임감의 확보라는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하여 크다고 할 수 있다며 재량권의 일탈·남용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참고로 의료법 제66조 제1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1호에서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를 규정하면서 제66조 제2항에서 ‘제1항 제1호에 따른 행위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제68조는 ‘제66조 제1항에 따른 행정처분의 세부적인 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위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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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