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 MRI 특수 의료 장비 설치 기준안 추진... 의료계 ‘집단 반발’

-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대한개원의협의회 성명 발표
- “접근성만 낮추는 것 의미 없어, 불필요하게 검사 남발 및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쏠림 가속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특수 의료 장비 설치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에서 집단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개정안이 1차 의료기관들의 위축과 함께 상급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을 야기해 대한민국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가져오게 될 우려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회장 이태연) 21일 성명을 통해 ‘보발 협의 개정안을 통해 국민 지출 의료비를 줄이려는 선한 의도는 십분 이해한다. 의료비 증가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특수 의료 장비 설치 개정안’은 현재 시행 중인 공동 활용 병상 규정을 폐지하고 CT 100병상, MRI 150병상의 자체 병상을 보유해야 특수 의료 장비를 설치할 수 있게 하여 자체 보유 병상이 부족한 의료기관의 CT, MRI 설치를 원천 봉쇄하는 내용과 병원을 이전할 시 병상을 줄일 수 없도록 하고 명의가 변경된다면 등록을 취소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의사회는 “환자에게 필요한 특수검사(CT 혹은 MRI) 라면, 해당 의료기관의 규모에 상관없이 시행되어야 할 텐데 접근성만 낮추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자체 보유 병상 수가 많은 소규모 요양기관이 특수검사장비를 설치하게 되면 불필요한 특수검사를 남발할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만약 본 개정안이 통과되어 설치 기준이 바뀌게 된다면, 상급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가중될 우려가 크며, 기존에 특수 의료 장비를 가지고 있는 요양기관들만 큰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환자들의 선택권은 줄어들다 못해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신규로 진입하려는 의료기관과 의사들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행정적 벽에 좌절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료전달체계의 파단으로 충분히 고통받고 있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특수감사를 위한 3개월, 4개월씩의 대기기간이 아니며, 집 앞 의료기관에서 당일 검사를 하고 의학적인 소견과 진료를 받는 것이다.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더 나아가 “이 시대의 의료에서는 CT, MRI가 문진과 신체검진만큼 중요해졌다. 병상 수와 같은 비합리적인 기준으로 설치 여부를 논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타이레놀과 같은 일부 약제를 편의점에서 판매하게 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시대적 흐름은 의료의 접근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이를 왜 거스르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회장 최세환)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제시된 개정안은 개선보다는 개악에 가깝고, 눈앞 당장의 가시적인 문제와 20~30년 후 매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료의 근간을 흔드는 커다란 문제를 가지고 있다.”라며 “150여개의 병상을 소유한다는 것은 병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병원의 신규 개원을 금지하는 것이며 이미 수도권과 도시 지역의 특수 의료 장비는 포화에 도달했는데, 이 같은 조치는 1차 의료를 담당해야 하는 신규 개원 이들의 입지를 약화하고 불평등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현재 개원 중인 의료기관의 특수 의료 장비는 인정되지만, 명의가 바뀌는 것이 금지되므로 유한한 수명을 가진 현 개원의들이 은퇴하게 되면 이들의 특수 의료 장비도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결과로 대학병원을 포함한 일부 종합병원만이 특수 의료 장비를 보유할 수 있게 되고, 수도권과 도시지역에서조차 CT, MRI 촬영을 위해선 대학병원에 가야만 하는 것을 의미하며, ‘한없은 기다림’이라고 표현되는 영국식 사회주의 의료체계가 남의 일이 아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개원의엽의회(회장 김동석)도 “마치 고급식당에서만 탕수육을 팔 수 있게 하고, 접근성이 뛰어난 동네 식당에서는 탕수육을 파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행태”라고 비유하며 “정부는 CT, MRI와 같은 특수장비가 단순히 고비용의 검사장비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민 스스로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도구임을 명심해야 하며,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책임지는 의사들의 진심 어린 의견을 경청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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