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위중증·사망 지표, 모니터링 사라진 고위험군 ‘비상’

- 위중증 93일 만에 400명 돌파, 사망자도 80일 만에 최다
- 고령층, 본인 상태를 잘 파악하지 못해 상태 악화... 치료비 부담에 추가 치료 거부하기도

의료기관에서 하루에 한 번, 정기적으로 재택치료자들의 상태를 체크하는 모니터링을 중단한 후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 우려를 사고 있다. 환자 스스로 상태에 대한 판단이 잘 안 서거나 비용 부담으로 인해 대면 진료를 잘 받지 않는 취약계층의 고위험군들이 위중증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10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주일 전보다 1.27배 증가한 15만 1792명으로, 병원에서 입원해 치료를 받는 위중증 환자도 전날보다 38명 증가한 402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5월 9일 421명 이후 93일 만에 400명 대로 재진입했다. 사망자 역시 50명으로 늘어 지난 5월 22일 54명 이후 80일 만에 가장 많았다.

재택치료자 중 60세 이상,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1일 1회 전화 모니터링을 하던 집중관리군은 10일 0시 기준으로 한 명도 남지 않았다. 지난 1일 검체채취자들로부터 재택치료 집중관리군 제도가 중단돼 1일 0시 기준으로 2만 명에 달하던 집중관리군 대상자는 차츰 줄어 9일 19명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재택치료 모니터링을 중단한 것은 고위험군 치료를 일반의료체계로 일원화한다는 취지에서 시행됐다. 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대면 진료 인프라가 확대되고 먹는 치료제 처방 기관이나 대상도 확대되어 가능할 것이라는 취지이다. 하지만 고령층과 면역저하자까지 본인 스스로 치료하도록 놔두면 정부가 사실상 확진자들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증가가 확진자 증가에 따른 것인지, 고위험군 모니터링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인지 정확히 분석하기는 어렵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는 “비대면 모니터링 폐지로 인해 위중증이나 사망자 규모가 늘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것보다는 요양 병원이나 시설에서 위중증과 사망이 늘어가고 있는 게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백 교수를 포함해 의료계 일선에서도 모니터링 폐지 및 지원 중단 등이 위중증 환자에 다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보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19 진단을 받지 않고 집에서 시름시름 앓다가 상태가 나빠져서 뒤늦게 중증으로 오시는 분들이 꽤 많다”면서 “대부분 혼자 사시거나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으신 고령층분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가키트를 통해 양성을 확인하더라도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서 버티다 상태가 나빠져 119에 전화하시거나 가족이나 친구들이 안부를 물으러 연락했다가 모시고 오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거의 모든 정부 지원을 없애서 병원에서 코로나19 진단을 받는다 해도 뭐가 득이 될 수 있냐는 분위기가 많다. 이래서 통계에는 나타나지 않는 숨은 감염자들이 많이 생기는데 이들이 위중증이나 사망으로 가게 되면 통계에 잡힌다”며 “또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도 병원비 부담에 추가 치료를 안 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원하는 대로 모니터링 없이 스스로 판단해서 병원에 연락하기 어려운 분들일수록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여러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 증세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경우 판단이 어렵다는 의미이다.

고위험군 모니터링은 정부에서 수가를 받는 동네 병·의원에서 담당했는데 이를 없앤 것 역시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준다. 지속가능한 방역을 위한 취지라는 것이 방역당국의 설명이지만 예산에 민감한 재정당국의영향을 과도하게 받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백 교수는 “예산 문제라지만 혜택을 다 줄인 것이 나중에는 더 재정적 부담을 줄 것”이라면서 “확진자를 초기에 확인하고 이들을 쉬도록 하는 것이 결국에는 위중증과 사망자의 증가로 인한 더 큰 비용지출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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