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필수의료 확충’ 논의에 정작 ‘외과’는 빠트려

- 외과 반발 일자 학회에만 ‘의견수렴’ 공문 발송... 의사회는 배제
- 복지부, “고의로 배제한 것 아니다, 추가로 의견 수렴할 것”

정부가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의료계 관련 학회와 단체들과 머리를 맞대어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필수 의료 핵심 과목인 ‘외과’를 논의 대상에서 배제해 외과 의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서울아산병원 사건 이후 필수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와 지적이 이어지자 대책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간호협회를 비롯하여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응급의학회, 서울아산병원 등 의료기관 및 의료단체와 정책간담회를 갖고 필수의료 확충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어 9일에는 대한소아청소년학회·의사회, 11일엔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의사회, 대한중환자의학회, 대한감염학회, 12일엔 대한산부인가학회·의사회 등 모두 14개 필수과목 단체·단체들과 릴레이 간담회를 가졌다.

이를 통해 필수·중증 의료수가 현실화를 비롯해 재정지원과 필수의료 인프라 확충, 전문 인력의 효율적 배치 등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필요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릴레이 간담회 이후 지난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복지부는 필수의료 확충 방안으로 뇌동맥류 개두술, 심장수술과 같은 고위험·고난도 수술, 응급수술 중심으로 공공정책수가 도입을 통하여 보상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수요가 줄어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어린이병원 등에 평가를 통한 보상안을 마련하고, 소아·분만 분야 인프라를 회복하기 위해 분만수가를 인상, 분만 취약지 지원 등에도 나서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25일 ‘필수의료 확충 추진단’을 발족한 상태이다.

하지만 정부의 릴레이 간담회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외과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린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면서도 정작 전공의 수급 어려움 등으로 전문의 인력이 부족한 의료계의 대표저적인 3D 분야인 외과는 사실상 배제됐다는 이유이다.

대한외과의사회를 비롯한 외과의사들이 집단으로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복지부는 대한외과학회에만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 필요한 과제에 대한 제안 및 단계별(단기~중장기)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 제안 요청’ 메일을 뒤늦게 발송했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총무부회장은 “소위 ‘필수진료과’ 라고 부르는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학회와 외사회가 함께 참여하고 있는 반면 외과의 경우는 처음엔 논의 대상에서 아예 빠져있다가 불만을 제기하자 의사회는 제외한 채 학회만 논의 대상에서 포함된 상태”라며 “필수의료를 살린다면서 필수의료가 뭔지 모르는 공무원들이 외과 전문의들을 배제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4대 필수과목이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가 필수 의료인데 외과를 배제한 채로 어떻게 필수의료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년 신규 외과 전문의가 150명을 밑돌 뿐만 아니라, 최근 외과학회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외과 전문의 중 절반 이상이 ‘다시 외과를 선택하지 않겠다’고 답할 정도로 외과 기피 현상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현재 50대인 외과 의사들이 은퇴하는 10년 후부터는 ‘수술 대란’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은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필수인력·인프라 확충과 의료전달체계 등 제도 개선, 고위험·고난도 수술과 야간·휴일·응급수술을 중심으로 한 수가 인상 추진에 대해서도 비판을 내놨다.

매우 저평가되어 있는 의료행위 전반에 대한 적절한 비용을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드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모든 외과의사가 대학병원에서 수술만 하면서 평생 살 수는 없다. 수술은 정신적인 집중력은 물론, 육체적인 부하를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라며 "나이를 먹을수록 장시간 집중력이 요구되는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복지부가 내놓은 방안은 필수의료를 살리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며 "고위험·고난도 수술에 대한 수가 인상은 정부의 '면피성' 대안으로 필수의료를 살리기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부회장은 "응급 수술이나 고난도의 수술만이 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런 일을 수행하기 위한 기초적인 의학지식과 경험과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뇌수술 환자 사망이라는 현안 해결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도 함께 제시되고 해결해 나가야 필수 의료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 부회장은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의대생과 전공의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그리고 그들의 희망사항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관련해 복지부는 외과를 일부러 필수의료 확충 논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이후 급하게 현장에서 간담회가 추진 된 것”이라며“필수의료 범위와 대상을 정하고 진행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필수의료 종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릴레이 간담회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학회나 의사회, 단체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릴레이 간담회를 비롯해 필수의료 관련 단체에서 제시한 다양한 의견들이 누락되지 않도록 재논의하고 검토하면서 대안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복지부는 ‘필수 의료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일부 의료계의 지적에 대해 “아직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가 확정되지 않았고, 진료과와 필수의료 과목을 나누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며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비인후과 전체로 봤을 땐 기피과는 아니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그 속의 ‘두경부외과’는 기피과로 전락해 필수 의료 과목 지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는 이유이다.

'고난도·응급수술 등을 중심으로 한 수가 인상은 궁극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 복지부는 "단순히 수가만 올려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필수의료 종합대책 수립을 위해 의료계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재차 의료계 전반의 의견을 수렴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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