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의 재정 수지가 외국인들로 인한 건보 재정 누수에 대한 우려와는 달리 5125억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외국인 직장 가입자가 건보제도 허점을 이용해 자국의 가족을 한국으로 초대하여 수천만원대 치료를 받는 ‘건보재정먹투’ 위험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해당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 현황’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외국인이 납부한 건강보험료는 1조 5793억원으로 이중 직장가입자가 1조 1145억원, 지역가입자가 4648억원을 부담했다. 전체 급여비는 1조 668억원이 지급되어 그 액이 5125억원을 기록했다.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는 2018년부터 4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2255억원, 2019년 3658억원, 2020년 5829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까지 4년간 본 누적 흑자만 총 1조 6767억원으로 나타났다. 올 7월 말을 기준으로 전체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는 123만 8000여 명으로 이중에서 직장 가입자가 50만명, 피부양자가 20만명, 지역가입자는 57만 8000여명이다.

그러나 단순히 전체 재정이 흑자라는 이유만으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건보재정 누수 보완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또 외국인 직장가입자에 비해 지역가입자들은 적자를 기록해왔기 때문에 해당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18년 이전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재정 수지는 3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또 급여혜택 역시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높았다는 주장이 있었다.

국회보건복지위원회소속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입법조사처 자료 등 건보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5년의 외국인 지역가입자 건보 수지는 –1310억원, 2016년 –1716억원, 2017년 –1987억원으로 나타났다. 그에 반해 외국인 직장가입자 건보 수지는 같은 기간 3699억원, 3730억원, 4397억원 흑자를 내서 지역가입자들의 적자를 상쇄했다.

같은 기간 ‘보험료대비 공단부담금(공단부담률)’의 경우 내국인 지역가입자는 1인당 54만원을 납부하여 약 104만원의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경우 1인당 31만원을 납부하고 102만원의 급여혜택을 받았다. 그동안 외국인의 ‘건보 재정 먹튀’ 우려가 커진 만큼 윤석열 정부는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건보 혜택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정부는 앞으로 외국인이 건보에 무임 승차할 수 있는 피부양자 자격을 얻으려면 국내에 일정 기간 머물러야 하는 조건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피부양자 자격이 되는 국내 체류 기간은 6개월 이상이 유력하다.

그동안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경우 본국의 가족을 피부양자로 올린 뒤 질병이 걸리면 국내로 불러들여 건보 혜택을 받게 했다. 이런 부분을 방지하고자 직장가입자의 가족이라 하더라도 입국 후 6개월 이상이 지나야만 피부양자로 인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선 송언석·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외국인 피부양자 자격요건 강화 내용의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2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송 의원의 법률안은 “현행 제도를 악용하여 주로 외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도 질병에 걸리면 국내에 입국하여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것이 가능하므로 형평성 및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차원에서 시정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이 피부양자가 되기 위한 요건으로 직장가입자와 관계 및 소득·재산 요건 이외에도 국내 거주기간 또는 거주 사유를 추가하여 단기간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피부양자가 될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