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소아혈액종양 전문의 50% 은퇴... 소아혈액종양 진료 공백 우려

- 최근 5년간 신규 소아혈액종양 전문의 평균 2.4명
- 그마저도 수도권에 70% 가까이 몰려있어 지방과 불균형, 의료 사각지대 발생
- “단순히 의사 정원만 늘리는 것으로 문제 해결 못 한다”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가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암환자들이 살고 있는 거주지에서 치료받기 어렵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가뜩이나 수도권에 전문의 수가 집중되어 있는데 기존의 전문의 수도 줄어들 전망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6일 학회는 “2022년 현재 강원, 경북, 울산 지역은 전문의가 아예 부재하고 있다. 최근 교수들이 은퇴했고 후임 의사가 없어 입원 진료가 불가능하다(울산은 은퇴한 교수 1명이 외래진료만 시행 중)”며 “또한 4~5명이 있는 지역도 병원별로는 1~2명에 불과한 인원이 근무하고 있어 항암 치료 중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현 상황을 지적했다.


                        ▲ 출처 : 대한소아혈액종양협회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료하고 있는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들은 총 67명으로 이들의 평균 연령은 50.2세로 나타났다. 이들 중 50%가량이 10년 내 은퇴할 전망인데, 최근 5년간 신규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는 2.4명이어서 10년 후에는 소아혈액종양 진료의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미래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67명의 전문의 중 29명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으며, 경기 지역이 12명으로 뒤를 이은 것에 비해 강원과 경북지역은 0명, 그 외 지역은 1~2명 수준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소아혈액종양 전문의의 부재로 소아청소년암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줄어들고 있고 소아응급실들도 문을 닫고 있는 추세여서 소아암 환자들은 열이 나면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치료 시작이 몇시간 지연된 후 중증 패혈증으로 악화되어 중환자실로 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학회는 “소아청소년암의 경우 성인암에 비해 완치, 생존율이 월등하게 높으며, 현재 국내 소아암환자들의 완치율, 생존율은 꾸준히 증가하여 5년 생존율이 약 85%인 국제적인 수준에 점점 도달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없는 지방에서는 1~2명의 소아혈액종양 전문의가 주말도 없이 매일 입원환자와 외래환자를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 의사를 더 고용하면 되겠지만, 중증 진료를 할수록 적자를 기록하는 우리나라 의료보험수가 구조와 소아청소년암 진료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 실정에서 어느 병원도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를 더 고용하지 않으며 어느 의사도 주말 없이 혼자서 중증 환자 진료를 책임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몇 명 남지 않은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들이 이러한 현실을 사명감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안전한 소아청소년암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어 국내 소아청소년암 환자들의 완치율과 생존율은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의사의 수를 늘려 중증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를 증원하겠다는 단순한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 예로 과거 육·해·공군 사관학교 졸업생들을 의대에 정원 외로 편입시켜서 군 필수 의료진을 보강하기 위한 시도를 했었는데, 그들 중 군에 필수적인 중증의료과목인 외과, 신경외과를 선택하는 이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은 피부과, 성형외과를 선택해 해당 제도를 폐기했던 점을 꼽았다.

학회는 “이런 실패 사례에서 보이는 것처럼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필수 혹은 중증의료제도를 개선할 수는 없다”며 “소아청소년암 치료에 국가적인 지원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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