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성형외과 1심에 이어 2심도 무죄 판결
- 법원 “의사 재량권 존중해야... 수술로 인한 결과만 보고 과실을 물어선 안 돼”
눈밑 지방 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가 실명해 검찰에 기소된 의사가 1심과 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성형외과 의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에 대하여 제기된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성형외과 의사인 A씨는 지난 2014년 9월 환자 B씨에게 눈밑 지방 제거술(하안검 성형술)을 했다. 환자 B씨는 수술 전날 아스피린을 복용했으며, 수술 후 출혈과 부종 등 증상을 호소한 끝에 결국 오른쪽 눈이 실명됐다. 이에 검찰은 의사인 A씨가 B씨가 아스피린을 복용한 사실을 알고 있는 채로 수술했음에도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실명했다면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하안검성형술은 혈종 발생으로 인한 시력 손실이 있고 아스피린을 복용한 경우에는 수술 후 48시간 동안 경과 관찰이 꼭 필요하다. 환자가 출혈이나 심한 부종, 멍 등의 증상을 호소하게 되면 의사는 즉시 내원하여 조치를 받게 하고 합병증 등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업무상의 주의사항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그러나 의사 A씨는 수술 후 환자가 출혈이나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거나 혹은 알 수 있었음에도 병원 직원들에게 별다른 지시사항을 내리지 않았다”며 “다음날 환자가 출혈과 부종 등을 호소하며 의사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는데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도록 하는 등 피해자가 다시 병원을 방문할 때까지 경과 관찰 등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심은 검찰 측의 주장만으로는 업무상의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의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원심 재판부는 “눈밑 지방 제거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업무상의 과실이 있었다고 전제한 것도 아니고 수술 전 아스피린 복용이 출혈의 원인이라는 의학적인 근거도 뚜렷하지 않다”면서 “검찰이 주장한 업무상과실 부분이 의료행위나 퇴원한 환자에 대한 사후조치 범위 포함되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찰 측이 직접적인 실명 원인으로 지목한 안구 후방의 출혈과 혈종으로 인한 시신경 압박도 관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수술 후 피해자에게 발생한 출혈은 안와격막앞쪽(안륜근) 출혈이므로 안구 후방에 위치한 시신경을 압박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CT 판독에서도 시신경 압박이나 안구 뒤 출혈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고 양쪽 안압 모두 정상 범위였으므로 안와 내 압력 상승으로 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불복한 검찰이 항소했지만 법원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의료과오사건에서 의사 과실을 인정하려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거나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의사가 이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환자 상황과 당시 의료 수준, 본인의 지식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한 진료 방법을 선택할 재량이 있다.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의사의 진료 방법이) 어느 하나만 정당하고 다른 조치는 부적절하다면서 진료 결과에 대한 과실 책임을 물을 순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검사 항소에 이유가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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