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현지조사 대충하고 업무정지, 처분 취소”

- 서울행정법원, 재량권 남용으로 판단... “관련 내역 확인 없이 전부 부당청구 판정”
- “일부 사실 다른 서류 증명력 인정 안 돼”

현지조사 과정에서 일부 위법 사례만 살펴보고 관련 진료 내역의 전체를 부당청구로 간주한 조사에 대하여 ‘불완전 조사’이며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된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복지부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행정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는 취지의 판시를 했다.



소송을 제기한 A씨는 내과의사로 지난 2015년 12월과 2016년 7월 국민건강보험공단 현지조사에서 요양급여비용 부당청구로 적발되었다. 두 차례 조사를 통해 공단이 적발한 부당청구액은 본인부담금 5,746만 8,029원 과다 징수(제1처분 사유), 진찰료 산정 기준 위반청구 181만 330원(제2처분 사유) 비급여진료 요양급여 이중청구 656만 9,600원(제3처분 사유), 내원일수 거짓청구 107만 1,738원(제4처분 사유), 건강검진 후 요양급여비용 이중청구 10만 1,700원 등 총 6,699만 6690원이다.

이를 근거로 하여 복지부는 A씨에게 운영하는 내과 의원의 2019년 2월부터 5월까지 72일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A씨는 이에 불복해 업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진찰료 산정 기준을 위반하고 내원 일수를 거짓 청구한 점(제2, 4처분 사유)은 인정했지만 그 외 청구 과정에서 빚어진 착오까지 부당청구로 산정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조사 당시 처분 사유에 대한 확인서를 A씨가 보고 자필로 서명·날인했다고 맞섰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복지부가 부당청구 내역으로 제출한 자료 일부가 사실과 달랐기 때문이다.

법원은 "A씨가 자필로 서명하고 날인한 확인서에 첨부된 수진자 수는 5,000여명에 이르고 최소 3개월에서 3년이나 지난 일이라 수진자별로 처분 사유를 정확히 기억하고 작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 확인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제1처분 사유 중 일부는 사실관계 자체가 인정되지 않고 삐콤헥사주와 수액제를 단순한 피로나 권태 해소 목적으로 투약한 경우는 비급여에 해당한다"면서 "제1처분 사유 1만188건 모두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와 가입자, 피부양자에게 요앙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제3, 5 처분 사유 역시 해당 건 전체를 부당청구로 볼 근거가 없다고 봤다.

법원은 "수진자별 개별 검토나 조사 없이 일부 인정된 부당청구 건과 같은 내용의 진료 건 모두 부당청구로 간주했다. 이런 불완전한 조사로 부당청구 금액을 특정하기 어렵고 복지부가 제출한 자료만으로 따질 수도 없다"고 했다.

법원은 "업무정지 기간은 월평균 부당금액과 부당비율을 바탕으로 산정하는데 (인정하지 않은)제1, 3, 5처분 사유를 제외하고 제2, 4처분 사유만으로 기간을 다시 계산했을 때도 그대로 72일이 될지 불분명하다"면서 "따라서 복지부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A씨 주장처럼 그 처분은 위법하므로 전부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복지부가 A씨에게 내린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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