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적금·주택청약 담보대출 때는 2%대 낮은 금리로 받을 수 있어
- 연 4% 넘는 신규 상품 쏟아지자 “대출이자 내고 예금이자 받자” 돈 빌려 예금 가입사례 늘어
40대 자영업자 A씨는 만기가 다가오고 있는 금리 1.25%짜리 하나은행 예금을 해지할지 말지 고민 중이었다. 그러나 최근 지인이 알려준 ‘예금담보대출’을 활용해 이 고민을 해결했다. 하나은행의 예금담보대출 금리는 현재 가입한 이자 1.25%에서 1.0% 가산 금리만 더하면 된다. A씨는 2.25% 금리로 예금 금액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이 대출금으로 다시 하나은행의 4.15% 금리 예금 상품에 가입했다.
기존에 적금을 깨지 않고도 1.9% 금리 차익을 본 것이다. 유례없는 은행권의 금리 인상 릴레이에 예금담보대출을 받아 고금리 혜택을 챙기는 신종 재태크 방법이 등장한 것이다. A씨처럼 기존의 예금은 놔두고 금리 인상을 효과를 이용할 수 있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요즘 재태그 커뮤티니에는 이 방법으로 중도 해지하지 않고도 이자를 더 받았다는 사연이 올라오고 있다.
30대 회사원 B씨도 은행이자가 크게 오른다는 소식에 배가 아팠다. 매달 나가는 월세와 생활비, 주택청약종합저축 등으로 새롭게 통장을 만들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B씨는 “청약 자격을 유지하려면 주택청약저축을 해지할 수 없어 속상하던 차에 예금담보대출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은행에서 주택청약담보대출을 받으니 이자가 2.79%였고, 이 돈으로 같은 은행의 금리 4.65%짜리 예금상품에 다시 가입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가 12일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예금담보대출·주택청약담보대출과 예·적금 금리를 비교한 결과 예금담보대출은 금리 상승 전에 가입했다면 4개 은행 모두 예·적금 담보대출을 받아 예금할 경우 금리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청약저축담보대출은 신잔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으로 쓰는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에서는 대출을 받아 예금을 하는 게 이익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금리 상승폭이 워낙 가파르고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예금담보대출은 4대 은행 모두 기존 상품의 예금금리에 1~1.25%포인트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금리를 산정한다. 올해 초만 해도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1.5%에 불과했다. 당연히 담보대출 금리도 최대 2.75%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반면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기준금리 인상 발표를 전후해 크게 상승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4일 3.82%에서 지난 1일 4.50%로 일주일 새 0.7%포인트 가까이 인상했고, 신한은행 금리도 같은 기간 3.80%에서 4.35%로 0.55%포인트 올랐다.
고객 이탈을 우려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국민은행은 9월 26일 금리를 3.91%로 책정하며 전일보다 0.35%포인트 올렸다. 하나은행도 28일 0.35%포인트 인상해 4.15% 예금 금리를 제공했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도 한몫했다. LCR는 국제결제은행(BIS) 유동성 규제 기준 중 하나로 30일간 순현금유출액 대비 고유동성자산 비율이다. 은행 스스로 한 달은 버틸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하라는 취지다.
이 같은 추세는 저축은행권에도 번지고 있다. 특히 1금융권인 시중 은행들이 금리를 크게 올리면서 저축은행들도 예금 금리를 높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예·적금담보대출 금리는 보통 당행에 보유한 예·적금 금리에 1.5~2%포인트를 붙여 책정된다.
스마트저축은행의 경우 지난달 기준 예·적금담보대출 최저 금리는 3.56%이고, 12일 기준 스마트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4.85%에 달한다. 만약 스마트저축은행에서 금리 3.56%짜리 담보대출을 받아 4.85%짜리 예금을 든다면 1.29%포인트 차이가 생긴다. 예·적금담보대출로 1000만원을 빌려 예금을 들었다가 상환한다면 1년 동안 약 11만원을 더 챙길 수 있는 셈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특성상 오래된 저금리 예금을 유지하고 있는 고객이 적어서 이런 재테크 사례가 흔하지는 않다"면서도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대출금으로 고금리 예금에 가입해 차익을 노리는 사례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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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