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트라제네카-알보젠, 담합 적발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26억 부과
- 공정위 “전형적 역지불과 갈라... 경쟁자 없고 피해 규모도 산정 불가”
아스트라제네카와 알보젠이 복제약 시장 진입 차단에 있어 담합한 것으로 적발되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6.5억 원(잠정)을 부과 받았다. 하지만 해당 사건의 관련 매출규모가 약 800억 원으로 드러나며 이번 공정위의 조치 수위가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정위원회 유성욱 시장감시국장은 지난 13일 브리핑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와 알보젠 간 담합행위 적발에 대해 설명했다. 항암제 ‘고세렐린’ 성분 복제약을 개발 중이던 알보젠이 오리지널 의약품(졸리덱스) 제조사인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졸리덱스’ 포함 3개 제품에 대한 국내 독점 유통권을 받는 대가로 해당 복제약을 생산 및 출시하지 않기로 합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총 26억 5,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유 국장은 “이번 조치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접립선암, 유방암 등 항암제 관련 의약품 시장에서의 담합을 시정함으로써 소비자, 즉 환자의 약가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완화하고 의약품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자 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라며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는 합의도 위법함을 분명히 했고, 앞으로도 국민 생활에 직접 피해를 발생시키는 담합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담합은 아스트라제네카, 알보젠 양측이 복제약의 생산·출시라는 경쟁 상황을 회피하고, 담합의 이익을 서로 공유하기 위해 추진됐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졸라덱스', '아리미덱스', '카소덱스' 등 3개 의약품에 대한 판촉·유통의 외주화를 추진하던 2016년 5월 경, 알보젠이 국내에서 '졸라덱스' 복제약을 개발하고 있음을 알게 됐고, 이를 상당한 위협으로 인식해 복제약 생산·출시 금지를 전제로 해당 3개 제품에 대한 독점 유통 계약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알보젠은 당시 10여 개 유럽 국가에서 이미 '졸라덱스' 복제약을 출시한 상황이었기에, 아스트라제네카에 충분한 위협이 됐을 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알보젠 역시 이를 받아들여 계약 기간(2016년 10월 1일~2020년 12월 31일) 동안 '졸라덱스' 복제약을 출시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으며, 실제 당초 2019년 3분기로 예상했던 출시 일정을 계약 기간이 끝난 후인 2021년 1월로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 같은 변경이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합의에 의한 것임을 일정표에 기재해 놓기도 했다.
유 국장은 "해당 담합은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었던 잠재적 경쟁자인 알보젠의 시장 진입을 제한한 경쟁제한적 합의라고 할 수 있다"며 "이 건으로 복제약의 출시가 금지됨으로써 약가가 인하될 가능성이 차단됐고, 복제약 출시 금지는 복제약 연구개발 유인도 감소시켜 제약시장의 혁신도 저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소비자의 약값 부담을 가중시키고 복제약 선택 가능성을 박탈하는 등 소비자 후생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러한 담합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3호를 적용해 아스트라제네카 및 알보젠 5개사 모두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6억4,5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담합과 관련된 매출규모가 약 800억원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담합으로 인해 소비자 혹은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약값이나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산정 불가하다고 말했다.
유 국장은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역지불 합의와 다른 측면이 있다"라며 "타 사건(과거 GSK)은 특허권 존속 기간에 출시돼 이미 시장에서 팔리던 의약품을 제거하는 합의를 해 '현실적' 경쟁자를 시장에서 퇴출한 것인데, 이번 사건은 졸라덱스의 특허권이 이미 만료된 상황이었고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배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개된 관련 매출규모에 비해 26.5억원이라는 과징금 조치가 다소 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 심사 보고서에 있던 검찰 고발에 대한 내용이 최종 심결에 빠지게 된 연유를 묻자 유 국장은 "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번 사건이 전형적인 역지불 합의 건과 다르다는 점, 무엇보다 알보젠이 복제약 개발에 결국 실패를 했다는 점, 양사가 적발된 후 계약을 조기에 종료하고 조사에 적극 협조한 점들이 참작되지 않았나 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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