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방송사 “660만 원 ‘협찬’하면 의료방송 출연시켜준다” 제안

- 지역 방송사 A, 정형외과 전문의에 제안
- 의협 ‘의사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 돈 내고 출연 금지

인천 지역에서 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한 지역 방송사 A로부터 의료정보 프로그램에 출연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단, 특이사항이 있었다. 출연료를 받으며 촬영을 하는 것이 아닌 방송사에 지불하라는 것이었다.



지역 방송사는 B씨에게 보낸 제안서를 통해 ‘내원 환자의 진료와 치료 외에도 예방법 안내 등 지속적인 국민 척추 건강 증진에 목표를 둔 전문의’라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고 했다. 또 특별한 의료서비스로 환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병원이라는 아이템도 제시했다.

회당 10분씩 총 15회분 방송에 출연하는 ‘대가’로 지역 방송사에서 제시한 금액은 660만원이었다. 이를 ‘제작 협찬’이라고 표현한 방송사는 B씨가 방송 출연으로 병원 시설과 치료법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어필’할 수 있고 IPTV와 케이블TV를 통해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 가능하도록 보도기사를 ‘지원’하고 방송 하이라이트 부분 편집 영상을 제공해 병원 홈페이지 등에서 활용 가능하다고도 안내했다. 특히 옵션에 따라 병원을 직접 소개하고 PPL로 의료서비스나 의료기기 등을 노출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방송 말미에 5초 동안 제품 또는 기업명 등을 노출하는 ‘협찬사 판넬’ 옵션도 포함돼 있었다.

제안을 받았던 B씨는 “처음에는 방송에 출연해 달라는 제안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돈을 내고 출연하라는 제안이라서 당황했다”며 “병원 홍보를 위해 출연할까 고민했지만 문제가 될 소지가 많아 그만뒀다”고 말했다. 같은 제안을 받은 또 다른 의사인 C씨는 “제안서에 병원 등을 노출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는데, 그렇게 되면 방송 심의에 걸리는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되더라”고도 했다.

이처럼 의사나 한의사 등 의료인이 ‘돈을 지불하고 출연’해 의료기관을 홍보하는 프로그램들은 과거부터 꾸준하게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에도 한 케이블TV 의료정보 프로그램에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2조(의료행위 등) 위반으로 과징금 1,0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무릎과 어깨통증을 주제로 정형외과 전문의인 B원장이 출연해 의료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화면 좌측 상단에 수시로 고지한 전화번호가 문제가 됐다. 해당 번호는 B원장의 병원으로 간접적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방송심의규정에 따르면 방송에서 의학상담을 할 때는 출연한 의료인과 시청자를 직·간접적으로 연결시켜서는 안된다.

돈을 내고 방송에 출연하는 행위는 대한의사협회 ‘의사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에도 위배된다. 의협은 지난 2015년 일명 ‘쇼닥터’ 근절을 위해 제정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의사는 방송 출연 대가로 금품 등 경제적 이익을 주고받아서는 안된다’고 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의사는 방송 출연을 위해 방송 관계자에게 금품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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