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흡입수술을 받은 뒤 사망한 환자에 대해 수술을 진행한 의료진 등 3명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최근 업무상과실치사 등으로 기소된 의사와 간호조무사에게 환자의 사망 책임을 물어 유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21년 5월, 의사 B씨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상체 지방흡입수술을 받고 몇 시간만에 과다출혈로 숨졌다. 수술을 집도한 B씨는 진정 목적인 프로포폴을 적정량보다 많은 시간당 608mg 이상 투여하고 지방 흡입도 권장보다 5kg 이상 초과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을 마친 이후 담당조무사에게 별도의 지시사항 없이 다른 수술을 한 차례 집도한 뒤 퇴근했다.

수술 후 대면진료를 담당한 성형외과 전문의 C씨는 진료 과정에서 수술을 마친 A씨가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등 이상 징후를 계속해서 보였지만 그대로 퇴원을 권유했다.

A씨를 간호한 담당 간호조무사 D씨도 환자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수술 후 회복과정을 밟던 환자 혈압이 정상 범위를 벗어났음에도 의사인 B씨와 C씨에게 알리지 않았다. 여기에 혈압과 맥박, 산소포화도를 실시간 측정하는 환자감시장치도 다른 수술실에서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거했다.

재판부는 B씨가 수술의 집도의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B씨는 해당 환자의 진료기록부도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는 의학 정보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수술을 진행하고 이후 회복과정에서는 직접 또는 담당 간호조무사 등을 감독해 환자의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며 "그러나 집도의 B씨는 프로포폴을 초과 투여하고 흡입한 지방량도 적정 수준을 넘어선다. 흡입 중 검붉은색 흡입물이 확인돼 과다출혈 위험이 있는데도 수술을 계속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성형외과 전문의 C씨와 간호조무사 D씨도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은 환자감시장치 등 전문장비를 이용해 환자 회복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부작용 발생 시 적절한 조치를 취해 사망을 막을 의무가 있다"면서 "C씨는 환자가 이상징후를 보이는데도 상태를 면밀히 확인하지 않았고 D씨는 의사에게 이상징후를 보고하거나 적절한 의료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환자감시장치를 제거할 때 의사 지시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공동의 업무상 과실로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 각자의 과실 정도가 가볍지 않고 환자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면서 "그러나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며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은 집도의 B씨에게 업무상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C씨와 D씨는 각각 벌금 800만원을 가납하라고 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