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소규모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4인 이하 사업장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표명하자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일제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의료기관 경영악화의 요인이 새롭게 추가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인권위는 4인 이하 사업장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국회 계류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 입법을 촉구하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고 25일 밝혔다. 현행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는 상시 5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위는 우리나라 노동인구 5명 중 1명이 4인 사업장에 종사하고 있다며 이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통계청 ‘전국 규모별 사업체수 및 종사자수’ 자료에 따르면 4인 이하 사업장 수는 전체 사업장의 61.5%에 이르며, 4인 이하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는 전체 근로자 수의 19%를 차지한다.

특히 인권위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사업장 규모를 4인 이하로 분할하는, 이른바 ‘사업장 쪼개기’ 등의 탈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 인권위는 적용 범위를 일시 확대하기보다 4인 이하 사업장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도록 적용시기를 단계화하는 경과 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권위는 “근로기준법 적용범위 확대 과정에서 사용자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 재정지원 등의 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며 “21대 국회가 조속히 논의해 근로기준법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는 원칙이 확립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4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이 많은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이같은 권익위의 의견 표명에 우려를 표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난과 인력난 등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사정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최저임금제의 직접적 타격을 받은 것도 소규모 사업자들이었다. 소상공인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경영난도 심각하지만 토요일까지 진료를 해야 하는 상황에 ‘주 5일’ 근무를 맞춰주기 위해 직원 고용은 늘고 있다”며 “의원 운영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니 ‘1인 의원’ 이야기도 나온다”고 했다. 이어 “보험 청구액도 줄어 병원 수입이 줄고 있지만 의원 내 인력고용은 늘었다는 점을 수가협상에서도 거듭 주장했다”며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