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년 수술 부작용으로 3년 가까이 치료 받다 올해 3월 사망
- “병원 측, 퇴원시키며 이상 증상 대처 방안 설명할 의무 있지만 이행 안 해”
성형수술을 받고난 이후 환자를 퇴원시키면서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대처방법을 설명해아 할 지도설명의무를 위반한 병원에게 법원이 2억 9,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H성형외과의원(이하 이 사건 의원)에서 B씨(2022년 3월 14일 사망, 남성, 이하 망인)에 대해 안면윤곽 성형술(이하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한 성형외과 전문의이다.
망인은 2018년 3월부터 이 사건 수술에 대해 상담받기 위해 이 사건 의원을 방문해왔고, 같은 해 12월 4일에 이 사건 수술을 받았다. A씨는 수술을 마친 후 망인을 퇴원시켰다. 망인은 다음날인 12월 5일 오전 얼굴이 붓기 시작하고 얼굴 전체와 눈, 입술까지 악화되다 오후 늦게는 구강내 출혈까지 보이자 119 구급차를 통해 이 사건 의원에 도착했다.
망인이 도착했을 당시에는 붓기가 심해 눈도 뜨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양 눈 주위 및 입술 전체에 멍과 구강내 출혈이 관잘됐으나 정확한 위치와 출혈 위치는 확인하지 못했다. 망인은 호흡곤란 증세도 호소했으나 산소포화도는 99%로 측정됐다.
응급실 주치의는 망인 구강 안쪽에 검붉은 출혈이 나타나고, 진물이 보이자 혈종으로 인한 기도 폐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비인후과 진료를 권유했고, 저녁 8시 30분쯤에는 보호자에게도 망인에게 급성 호흡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망인은 2019년 2월 27일부터 같은 해 4월 11일까지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대구 남구에 있는 M요양병원에서 보존적 치료를 받았고, 2019년 4월 11일부터 2022년 3월 1일까지 뇌손상, 저산소증 등의 병명으로 N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코로나바이러스 질환이 확인돼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다. 망인은 같은 달 14일 사망했다.
안면윤곽 성형술은 치아교합과 관련 없이 사각턱이나 광대뼈 등이 발달한 경우 뼈를 절골해 축소하여 작고 부드러운 얼굴형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수술로, 흔히 광대뼈 축소술(입안이나 두피로 접근하여 광대뼈의 크기를 줄여주는 수술), 사각턱 수술(입안 절개로 접근하여 아래턱의 크기를 줄여주는 수술), 턱끝 수술을 한다.
안면윤곽 성형술은 얼굴의 복잡한 혈관과 신경을 피하여 진행하므로 제한점이 많고, 부작용 또는 후유증으로는 출혈, 부종, 하악지 신경 손상, 안면 신경 손상 등이 있다. 통상 출혈과 부종의 경우 2~4일 정도 지나면 없어지고 하악지 신경과 안면신경이 손상된 경우 신경봉합술을 실시하면 1~2년 후 많은 호전을 보인다.
망인의 유족은 A씨가 망인에 대한 이 사건 수술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해 망인이 저산소성 뇌손상에 이르렀고 사망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망인의 유족 측은 “구강악안면 부위에는 외경동맥의 분지들인 내상악동맥, 설동맥, 설하동맥, 천측두동맥, 상하치조 동맥과 내경정맥의 분지들인 익돌정맥총, 상악정맥, 하악후정맥, 상하치조정맥, 설정맥, 설하정맥이 있는 바, 하악각 절단 과정에서 후하악정맥 또는 안면동맥이 손상되면 출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안면부 혈관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며 “그런데 A씨가 망인에 대해 하악각 절단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위반해 안면부에 출혈이 발생됐고, 충분히 지혈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 부위를 봉합했거나 부주의 또는 무리한 절골과정에서 발생한 가성동맥류가 파열되어 지연된 출혈이 발생됐다(이하 술기상 과실 주장)”라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이 사건 수술이 종료된 이후 지연된 출혈, 부종 기타 합병증의 발생을 고려해 적어도 2~3일 정도 망인을 입원시키고 경과를 관찰해야 함에도 이를 위반해 당일 망인을 퇴원하도록 함으로써 그 이후의 경과 관찰을 소홀히 한 점(이하 경과 관찰상 과실 주장)도 지적했다. 또 A씨가 망인에게 이 사건 수술 후 출혈로 인한 기도 폐쇄, 뇌손상, 사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합병증 설명의무 위반'과, 망인을 퇴원시키면서 향후 어떠한 경우 비상연락망으로 연락하거나 인근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아무런 지시, 설명을 하지 않은 '지도·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했다.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유족 측의 청구를 받아들여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안면윤곽 성형술 후 합병증으로 지연성 출혈, 부종 등이 발생할 수 있고 그로 인한 합병증으로 기도가 폐쇄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러한 합병증이나 후유 질환의 발생 여부를 직접 관찰하지 않고 망인을 수술 당일 퇴원시킨 A씨로서는 위와 같은 이상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의료진에게 연락해 상담을 받도록 하거나 인근 병원에 내원해 적시에 필요한 조치를 받도록 하는 등 그 악화 방지나 치료를 위한 대처방법 등을 설명·지도할 의무가 있다”라며 “그럼에도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망인이 적시에 응급처치를 받음으로써 기도 폐쇄를 예방할 기회를 상실해 저산소성 뇌손상에 이르게 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출혈 및 부종에 따른 후유 질환인 기도 폐쇄 가능성 등을 설명할 의무를 위반해 이 사건 수술을 받을지 여부를 선택할 자기결정권도 침해했다고 할 것”이라며 “피고 A는 이로 인해 망인 및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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