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지법, 암환자 유족 병원 상대 손해배상 청구 기각
- “면역항암제 사인이라는 증거 없어 입증 안 돼 위자료 사안도 아니다”
면역항암제를 투여한 이후 환자가 사망했다고 해서 부작용이나 의료진 과실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법원의 편결에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은 최근 식도암으로 사망한 환자 유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사망한 A씨는 지난 2020년 6월 식도암 항암치료를 위해 B병원에 입원했다. A씨는 그해 9월부터 면역항암 치료제인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를 단독 투여받기 시작했으나 2달 후 식도암에 의한 폐렴으로 숨졌다.
A씨는 식도암 진단을 받고 B병원에 입원하기 전 국립암센터에서 두달간 양성자치료(Proton therapy)를 받았다. 국립암센터 의료진이 수술을 권하고 항암화학 방사선요법(CCRTx)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모두 거부했다.
국립암센터를 나와 B병원으로 옮긴 뒤 처음에는 표준항암제 시스플라틴(Cisplatin)과 플루오로우라실(Fluorouracil), 옵디보로 치료받았고 별다른 증상 없이 퇴원했다. 그러나 2020년 9월 들어 표준항암제 부작용을 호소해 의료진은 옵디보 단독 투여로 치료법을 바꿨다. 치료법 변경을 결정한 2020년 9월 23일 위내시경 검사에서 식도 점막 병변과 협착 증세는 호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옵디보 단독 투여 후 2020년 11월 13일 흉부 방사선 검사에서는 폐렴 증상도 완화된 것으로 나왔다. 4일 후 검사에서도 이상 소견은 없었다. 그러나 이틀 뒤인 19일 내시경하 조직검사 전 A씨가 발열 증상을 보이자 B병원 의료진은 검사를 중단하고 해열제를 투여한 뒤 경과를 관찰했다. A씨 혈압과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21일 항생제 등 약을 처방하고 퇴원시켰다. A씨는 약 일주일 후 사망했다.
유족들은 A씨가 항암 치료제인 옵디보 부작용으로 폐렴이 발생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B병원 주치의를 비롯한 의료진에게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제대로 듣지 못했고 폐렴 발생 후에도 적절한 조치 없이 퇴원시켰다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면역항암제와 A씨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병원 의료진이 설명의무 위반으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할 사안도 아니라고 했다.법원은 "자세한 치료 경위와 진료기록감정촉탁 의견을 종합해 봤을 때 제출된 증거만으로 면역항암제와 A씨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거나 B병원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만한 다른 증거도 없다"고 했다.
사건 진료기록감정촉탁의 소견도 이를 뒷받침했다. 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는 "옵디보 같은 면역 항암화학요법은 표준항암치료에 비해 심각한 부작용 발현이 적다. 이번 사건도 사망한 A씨의 폐렴과 면역항암제 간 연관성은 전혀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옵디보를 투여한 뒤 이상 소견이 없던 점도 지적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A씨 사망 이틀 전인 2020년 11월 27일 흉부 CT 소견을 보면 두 달 전보다 폐하부 흉막 삼출과 흰색 음영이 좋아졌다. 기존에 앓고 있던 폐렴도 사망에 이를 정도가 아니고 B병원 CT에 나타났던 폐렴도 호전됐다"며 "A씨는 폐질환으로 사망한 게 아니다"라는 의견을 냈다.
같은 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B병원에서 항암치료를 시작한 시점에서 이미 A씨에게서 방사선 치료 후 나타나는 전형적인 방사선 폐렴과 섬유화 병변이 있었다고 했다.
법원은 "의사가 위자료 지급 의무를 지는 설명의무 위반 범위는 수술 등 침습 의료행위나 사망처럼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행위에 한한다. 모든 의료과정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면역항암제 사용은 의사 침습행위로 환자가 사망하거나 환자 자기결정권 문제와 관련 없으므로 설명의무 위반으로 문제 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유족의 청구에 이유가 없다면서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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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