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진료체계 붕괴 현실로... 가천대길병원 소청과 입원 중단

- 길병원 소청과, 인천권역 의료기간에 잠정 입원진료 중단 안내
- “인력부족으로 전국 대학병원 소청과 진료 비정상적으로 이뤄져”

최근 가천대길병원 홈페이지에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이 잠정적으로 중단됩니다”라는 공지가 게재됐다. 소아 진료에 최선을 다하며 아이들이 아프지 않도록 노력하던 의사들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는 다름아닌 의료진 부족 때문이다. 인력부족으로 소아 진료체계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찾아온 것이다. 길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인천 권역 의료기관에 소아청소년 입원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 출처 : 가천대길병원 홈페이지 캡쳐


의료계에 따르면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손동우 과장은 지난달 28일 인천권역 일선 의료기관에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12월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 입원환자를 진료할 수 없으니 입원전담전문의 등 인력 충원이 이뤄질 때까지 입원환자 의뢰를 타 병원으로 해 달라는 부탁의 글이었다.

길병원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4년차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 남은 인력은 2년차 전공의 1명이 전부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소청과 교수는 7명이다.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최근 5년간 하락세를 그려왔다. 2019년도 모집까지는 정원을 채웠지만 2020년도 모집부터 전공의 지원자가 감소하기 시작해 지원율 78.5%로 미달됐다. 2021년도 모집에서는 지원율이 37.3%로 전년도 대비 절반이 줄었고 2022년에는 27.5%로 떨어졌다가 2023년도 모집에서는 역대 최저인 16.4%로 바닥을 찍었다(관련 기사: 전공의 지원율 10%대로 떨어진 소아청소년과 ‘충격’).

가천대 길병원도 지난 2019년도 전공의 모집에서는 정원 3명을 모두 채워 지원율 100%를 기록했지만, 2020년도부터 2023년도에 이르는 동안 전공의 모집(전반기 기준)에 모두 실패했다.

손 과장은 “저출산으로 실감하라 수 있게 줄어든 아이들과 코로나19로 인한 병의원 이용 행태의 변화, 고물가에 얼어붙어가는 경기 등 모든 환경이 소청과 의사로 진료하기에 숨 막히게 하는 현실”이라며 “길병원도 전공의 수급이 되지 않은 지 이미 수년이 흘러 4년차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에 들어가면 2년차 전공의 1명이 남는다. 더 이상 입원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손 과장은 “12월부터 잠정적으로 길병원에서는 입원환자 진료를 할 인력 부족으로 소청과 병실 입원환자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며 “내년 3월 전문의 충원이 이뤄지거나 입원전담전문의 모집이 이뤄지면 입원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손 과장은 “전국 종합병원 이상 대학병원에서 소청과 진료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돼 버렸다”며 “전공의 수급이 안 되고 전임의도 보기 어려운 현실에서 정년 등의 사유로 일을 놓게 되면 우리나라 어린이들 건강과 성장발달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 상상하기도 두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인천권역 소아 질환의 치료 종결병원으로 역할을 하고자 노력해왔던 길병원이 잠정적이라도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무책임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저희도 답답하다”고도 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도 최근 전국 수련병원이 처한 최악의 인력 위기와 진료체계 붕괴로 소청과 진료 대란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경고했다. ‘파격적인’ 조치 없이는 소아 진료체게 붕괴가 현실로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라고도 했다. 이에 소청과를 살리기 위한 ‘응급처치’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관련 기사: “곧 소아청소년 진료대란”…소청과학회 '응급조치' 요구).

소청과학회는 ▼2·3차 입원진료 수가 100% 인상과 중증도 중심의 진료전달체계 개편 ▼소청과 전공의 수련지원과 지원 장려정책 시행 ▼전국 수련병원 인력부족 위기 극복을 위한 전문의 중심진료 전환 ▼1차 진료 회복을 위한 수가 정상화로 관리·중재 중심의 1차 진료형태 변화 ▼소청과 필수의료 지원과 정책 시행 전담 부서 신설 등을 요구했다.

소청과학회는 “소청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고난도 중증환자 진료와 응급진료의 축소와 위축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환자안전과 사회안전망이 위협받는 위기 상황”이라며 “특히 전국 2, 3차 수련병원은 최악의 인력 위기를 겪고 있으며 진료체계 붕괴, 소청과 진료 대란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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