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라 대한임상초음파학회 부회장 “국내 의료 복잡성 고려한다고 해도 잘못된 판단”
- "한의사 초음파 사용으로 인한 피해 발생시 법률적 구제 어려움 큰 문제"
- “법조계와 의료계 교류 확대 및 의학 이해도 제고 필요”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의료계가 뒤흔들렸다.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서양의학적 방법으로 사용한다면 이원적 의료체계에 반한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지만 대법원은 이를 한의사 면허범위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많은 의료계 단체들은 이 판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반발에 나섰다. 특히 전공의를 위해 유관학회와의 협력을 통해 초음파 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잇는 대한임상초음파학회는 “교육과정이 지속적으로 보완됐다는 이유로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임상초음파학회 이세라 부회장은 “의료인들은 법률 전문가의 전문성을 믿는 만큼, 법원의 판결에 왈가왈부하지 않았지만, 이번 판결의 경우 의료문화 복잡성을 감안하더라도 명백하게 잘못내린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학회는 대법원 판결문 중 전원합의체 내 소수의견에 주목했다. 전원합의체 중 2명의 재판관은 의학과 한의학의 원리 및 진찰방법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한의학적 진단행위로 볼 수 없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세라 부회장은 “이번 사건의 경우 초음파는 물론 CT나 MRI 등 최신 장비에 대한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 않은 한의사가 사용해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음을 망각한 사례”라고 크게 우려를 표했다. 이어 “사건의 본질은 2년간 68회나 초음파 진단기를 통해 검사를 했음에도 진단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인데 어떤 방법으로 오류와 잘못을 지적할 방법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연간 두차례 열리는 정기 학술대회를 통해 초음파 교육을 비롯, 수시로 진행하고 잇는 핸즈온 코스, 인증의 제도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세라 부회장은 “초음파는 해부학은 물론 병리학에 대한 이해와 장비의 특성 모두를 숙달하는 것이 기본이고, 그 이후 임상을 통해 적절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판결로 인해 향후 무자격자에 대한 교육과 검사 만연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더군다나 이번 판결로 인해 만약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법률적인 규제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면허와 자격으로 행위가 제한되는 분야를 단순히 교육을 받았다는 것 하나만으로 사용을 허가하는 것은 국가의 면허제도 근간을 허무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한의사의 첨단기기 사용과 관련한 판결이 더 남아있어 이번 판결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한 한의사가 뇌신경전문 한의원을 운영하며 뇌파계 장비를 사용한 것이 드러나며 복지부가 면허정지 처분을 내린 적이 있다. 해당 판결은 1심에서 기각됏지만 2심에서는 한의사 뇌파계 사용을 면허 외 의료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 복지부가 항소하면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세라 부회장은 “단순히 법 규정 여부만으로 판결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많은 혼란이 발생할 수 있고 피해자가 생기더라도 법에 호소할 수 없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이 같은 문제 의식을 의료계 뿐만 아니라 외부와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최근 한국의료법학회, 대한의료법학회, 대한의학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법률적 판단과 의학적 판단 사이에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토론회에서 법조계는 앞으로도 직역 구분을 두고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의료인 재량이 인정되는 의료먼허 특성을 염두에 둔 것이며 기존 법리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세라 부회장은 “법과 의학적 판단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법률 전문가들과 의학 전문가들 사이의 적극적 교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학과 한의학이 끊임없는 다툼을 이어가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며 “서로 전문성을 인정하고 협업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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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