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의 '스프린트 처치'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법원

- 의사의 지도·감독 하에 간호조무사가 스프린트 처치를 한 것은 정당한 진료보조행위이므로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
-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는 사실확인서는 행정처분 증명자료로서 가치가 없어

최근 법원은 의사의 지도·감독 하에 간호조무사가 스프린트(부목 붕대) 처치를 한 것은 정당한 진료보조행위이므로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C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하는 A의사가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및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항소 기각으로 판결, A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1심 판결(원고 승 판결)에 이어 2심 판결(피고 항소 기각)에서도 같은 결론은 같았다.


즉, 보건복지부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이유로 해당 요양기관에 업무정지처분(업무정지처분 30일에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과 요양급여비용 환수 결정을 한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A의사는 보건복지부로부터 무자격자인 간호조무사가 부목-단하지(스프린트) 등을 실시해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2016년 5월경 현지조사(2013년 3월∼2015년 6월, 2015년 12월∼2016년 2월)를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위반을 이유로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30일에 갈음한 1억 4000여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건보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에 따라 4500여만원의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는 결정을 했다.

A원장은 보건복지부 및 건보공단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및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A원장은 "부당청구 명단은 현지조사로 인해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조사 직원들의 요구에 따라 무작위로 환자명단에 체크한 것을 근거로 삼아 작성된 것으로 명백히 사실과 다르고, 사실확인서 역시 조사 직원들이 그 용도와 효력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사실상 원고를 압박해 원고의 의사에 반해 작성됐으므로 입증자료로 삼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또 "캐스트(석고 붕대)와 달리 스프린트(부목 붕대)는 상당한 기술이 요구되지 않고, 적용이 간단하며 부작용이나 후유증 발생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 처치에 한해 간호조무사에게 위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특히 "의사의 진료실과 부목-단하지 처치실이 인접해 있어 환자들의 상황에 따라 의사가 진료실과 처치실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진료보조행위를 지도·감독했고, 간호조무사에게 부목-단하지 처치 전 구체적인 지도행위를 했음은 물론 처치 중이나 처치 후에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으므로, 간호조무사의 부목-단하지 처치는 진료보조행위로서 허용된다"며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간호조무사의 스프린트 처치가 진료보조행위인지, 무면허 의료행위인지가 쟁점이 됐다. 또 현지조사 과정에서 작성한 사실확인서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을 경우 증명자료로서 가치가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됐다.

현행 의료법(제80조의2 제2항)은 간호조무사 업무와 관련, "간호조무사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해 의사의 지도 하에 환자의 요양을 위한 간호 및 진료의 보조를 수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3.8.19. 선고 2001도3667 판결, 대법원 2010.5.13. 선고 2010도2755 판결 등)에서는 "간호조무사가 진료의 보조를 함에 있어서는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가 현장에 입회해 일일이 지도·감독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가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만을 하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판시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간호조무사의 부목-단하지 처치는 진료보조행위여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고,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는 사실확인서는 행정처분 증명자료로서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캐스트와 달리 스프린트는 환부의 단면에 한해 합성수지 등으로 지지대를 만들고 여기에 탄력붕대를 감는 방법으로 행해지므로,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 없이도 비교적 쉽고 간단하게 처치할 수 있고, 환자 스스로 풀었다가 다시 착용할 수도 있으며, 그 행위의 객관적인 특성상 생명, 신체에 위험을 초래한다거나 부작용 혹은 후유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라고 판단했다.

또 "간호조무사는 A의사로부터 지도를 받은 다음 스프린트를 실시해왔고, A의사가 부목-단하지 처치 현장에 입회하지 않았더라도 진료실과 처치실이 바로 인접해있어 처치행위에 직접 개일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며, 간호조무사의 부목-단하지(스프린트) 처치행위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조무사가 보조하는 행위, 즉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 "사실확인서에는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의사의 지도·감독 없이 단독으로 부목-단하지 등을 실시했다'고만 기재돼 있을 뿐,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사실확인서는 내용의 미비 등으로 처분사유에 대한 증명자료로서 가치가 없다"라고 판단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1심 판결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는 '의사가 없는 처치실에서 간호조무사가 혼자 부목 처치행위를 한 것은 진료보조행위로서 허용되는 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는 피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 자체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지만(무면허 의료행위), 진료보조업무는 의사가 주체가 되어 행하는 진료행위에 있어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이를 보조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부목-단하지 처치행위는 의사의 지도·감독하에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가 행할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의사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해 보험급여 비용을 받았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라면서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의 처분이 잘못됐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